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FORTUNE FEATURE|복수의 시간

PAYBACK TIM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개넥 David Ganek은 검찰의 내부거래 혐의 수사-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회사 문을 닫았다. 그는 지금 프리트 바라라 Preet Bharara 검사장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구원과 복수를 꿈꾸고 있다.

2016년 12월 14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데이비드 개넥.





데이비드 개넥의 몸 속에서 분노는 늘 턱밑까지 차 있다. 호전적인 성격인 그의 분노는 자신의 회사, 현대 예술계 후 원자로서 가지고 있던 영향력, 맨해튼 사교계에서의 지위, 그리고 오랜 친구 여럿까지 잃게 된 경위를 떠올릴 때 임계 점 근처까지 치솟곤 한다.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개넥의 사무실 내에 위치한 대형 회의실이었다. 맨해튼 중심가 한 사무용 빌딩의 45층에 자리한 이 곳은 그가 한때 경영했던 4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사 레벨 글로벌 인베스터스 Level Global Investors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개넥이 개인 포트폴리오와 자선사업 관리를 위해 이 사무실을 얻은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 곳은 여전히 곧 떠날 장소, 임시 거처 같은 분위기가 묻어났다. 몇 년 동안 열정적으로 예술품을 수집한 사람의 사무실임에도, 벽에는 근사한 그림 한 점 없었다. 내부는 오싹할 정도로 조용했다. 안내 직원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한때 밤낮도 휴일도 없이 ‘끊임없이 주식시세표 관련 의사소통’을 모니터링했던, 타고난 트레이더의 공간이라고 하기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연방 당국이 자신에게 부당 행위를 저질렀다고 믿는 개넥(53)은 요즘 복수를 계획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할애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화제인 자신의 소송에 대한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는 불안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분노하지 않았다면 소송을 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때, 그의 몸은 긴장했고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난 분노했고, 그래서 제소했다.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그간 지옥을 겪었다. 하지만 만약 검찰의 업무방식이 내 생각대로라면, 잘못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그들에게 찾아올 지옥이 훨씬 더 끔찍할 것이다.”

개넥의 분노가 향하는 주 타깃은 매우 강력한 기관인 뉴욕 남부지검(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 SDNY)의 프리트 바라라 지검장이다. 2015년 초 개넥은 바라라와 전 · 현직 FBI 요원, 검사 14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했다. 바라라 등 피고들이 내부거래 적발 과정에서 거짓 증거를 기초로, 자신의 회사인 레벨 글로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0년 전세계 언론이 주요 기사로 다룬 압수수색 사건이었다. 당시 ‘뉴욕 옵저버 New York Observer’지는 관련 보도에 ‘헤지펀드 심판의 날’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개넥의 송송 제기로 전혀 뜻하지 않은 인물들이 모였다. 케이블 채널 쇼타임 Showtime의 드라마 ‘빌리언스 Billions’ 속 한 장면 못지않게 강렬한 대결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양측 주연들의 경력 및 개인적 측면 양쪽에 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개넥의 소송 제기 동기는 ‘부활과 복수’라는 두 근원적 감정인 듯하다. 우주의 지배자 같았던 개넥의 삶은 바라라의 등장과 함께 무너졌다. 비록 그는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투자자들이 SDNY의 압수수색과 수색이 암시하는 유죄 가능성에 겁을 먹어 자신의 평판을 해치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목표(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삶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주범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한편 바라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소송은 몇 번 타격을 입어 한때의 완전무결함을 잃어버린 SDNY의 평판에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혔다. 2009년 SDNY의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바라라는 내부거래 분야에서 전대미문의 성과를 잇달아 거뒀다. 그러나 2014년 바라라가 지휘한 유명한 두 사건(가넥의 주니어 파트너가 연루된 사건을 포함 한다)의 판결이 항소법원에서 뒤집혔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SDNY의 접근법에 내재된 ‘색다른 원칙(doctrinal novelty)’을 언급하는 등 바라라를 비판하기도 했다(이로 인해 향후 내부거래에 대한 법적 처벌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미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검사들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을 내렸다. 자세한 내용은 제일 하단기사 참조).

개넥의 소송이 증거 개시(discovery) *역주: 재판 개시 전 양측 당사자가 보유 중인 증거를 상호 공개하는 절차 로 이어질 경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이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작년 10월 당시 당선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바라라는 SDNY 수장직을 ‘유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개넥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바라라는 계속 SDNY를 지휘할 것이다.
개넥이 자신의 ‘십자군 전쟁’을 위해 선택한 변호인도 사건의 높은 인지도와 함께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유명 변호사 배리 셰크 Barry Scheck가 거기에 끼여있다. 그는 CBS 드라마 ‘굿 와이프 The Good Wife’에서 직접 본인 역을 맡은 바 있다. 미국의 일반 대중에겐 90년대 초반 O.J.심프슨 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받았던 심프슨 측 변호인단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셰크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DNA 증거를 활용해 구명하는 ‘무죄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개넥의 말처럼 셰크는 평소 “헤지펀드 매니저의 권익 보호에 별 관심이 없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법률대리인이 될 것이라 상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셰크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개넥 사건이 강력한 검사가 배심원, 판사 그리고 집행인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대표한다고 판단했다. 셰크는 “이것은 원칙과 프로페셔널리즘의 문제”라고 말했다.

바라라를 포함한 피고와 SDNY 모두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SDNY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개넥의 주장이 ‘과대망상적’이고, ‘황당’하며,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연방 검찰을 대상으로 한 기소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과실에 대한 주장이 실제 재판으로 이어지려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윌리엄 폴리 William Pauley 판사는 지난해 봄 재판 진행을 허가했다. 그는 “본 사건이 단순한 오해의 소산인지, 혹은 더 큰 문제를 암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거개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이후 바라라는 (오직 정부에게만 가능한)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폴리의 결정에 항소를 제기해 증거 개시를 연기한 것이다. 작년 11월 말, 국선변호인과 민선 형사변호인들의 단체인 미국형사변호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riminal Defense Lawyers · NACDL)는 개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협회는 단체 특성상 개넥의 고소가 가져올 장점을 언급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고발 내용이 상세하고 (…) 심각한 불법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는 소송뿐이라고 주장했다. NACDL은 ‘본 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우 특별하다’며 ‘뉴욕 주 남부지검 검사장이 민사 소송을 제기한 근거에 이 정도로 직접 관여한 경우는 드물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개넥은 보복을 걱정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던 이 이야기를 전세계에 자세히 알릴 기회가 왔다는 게 즐거웠다. “곰을 찌르는 게 미친 짓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찔리는 것보단 찌르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프리트 바라라 검사장은 내부거래 혐의를 받은 10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며 언론의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그의 공격적 스타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라라가 취임한 2009년 8월, SDNY는 이미 전임자의 지휘 아래 라지 라자라트남 Raj Rajaratnam-헤지펀드 갤리 언 그룹 Galleon Group의 창립자이자 억만장자-을 도청하고 있었다. 같은 해 10월, 라자라트남은 자신 소유의 수백

만 달러짜리 맨해튼 아파트에서 FBI 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그는 2011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바라라는 라자라트남의 체포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강도와 마약 카르텔에 맞서 성공을 거둔 강력한 조사 기법을 활용해 화이트칼라 내부거래자 조직을 겨냥하고 있다.”
바라라의 공격적인 내부거래 수사에 대해, 일각에선 금융위기 이후 누구도 재판대에 세우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작전일 뿐이라고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라라는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2012년, ‘타임’은 ‘월가를 습격한 남자’라는 제목과 함께 그를 표지 모델로 세웠다.

바라라의 다음 목표는 라자라트남보다 더 큰 거물임이 곧 기정사실화됐다. 헤지펀드사인 SAC 캐피털 SAC Capital의 창립자이자 개넥의 옛 상사인 억만장자 스티브 코언 Steve Cohen이었다. 개넥이 수사선상에 오르던 시점이었다(2013년 코언의 SAC 캐피털은 형법상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18억 달러의 벌금을 납부한 후 외부 투자자 자금 운용을 중단했다. 코언은 2018년부터 다시 외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유명 맨해튼 금융인의 아들인 개넥은 1985년 프랭클린&마셜 대학(Franklin & Marshall College)을 졸업했다. 이후 한눈 파는 일 없이 계속 금융업에 종사했다. 그가 SAC에 입사한 1996년은 코언을 훗날 업계의 전설로 만들어준 놀라운 수익률 행진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개넥은 SAC에서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는데, 2000년대 미국 닷컴 버블이 붕괴되기 전에 공매도를 선택한 덕분도 있었다. 그는 2003년 앤서니 치어슨 Anthony Chiasson이라는 주니어 파트너와 함께 SAC를 떠나 자체 펀드를 설립했다.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사명을 ‘레벨 글로벌’이라 지었다.

개넥은 금융업계 대성공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6년 구겐하임 미술관 이사회에 합류했다. 패션지 에디터 출신 소설가인 아내 대니엘 Danielle과 함께, 그는 1,900만 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복층 건물을 매입했다. 한때 재클린 케네디가 소유했던 이 주택은 맨해튼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인 파크 애비뉴 Park Avenue 740번지에 위치해있다. 같은 건물 내 이웃으로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사 블랙스톤 그룹의 스티브 슈워츠먼 Steve Schwarzman CEO와 미 재무장관이 있다. 사교 파티 단골이었던 개넥 부부는 고급 주거지 햄프턴스 Hamptons에 부동산을 매입해 수백 명이 참석하는 대형 자선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의도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개넥은 예술에 관심 있

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모임을 만드는데에도 한 몫을 했다. 그는 미술품 수집이 헤지펀드 매니저의 필수 덕목이 되기 오래 전인 1981년부터 이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 개넥과 코언은 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데이미언 허스트 Damien Hirst, 리처드 프린스 Richard Prince, 신디 셔먼 Cindy Sherman, 제프 쿤스 Jeff Koons 등 헤지펀드 업계가 선호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 차례 매입했다.

레벨 글로벌에서 개넥은 호감 가는 상사는 아니었다.
한 전직 임원에게 개넥이 악질 상사였냐고 묻자, “아니다. 사상 최악의 상사였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덕성이 아닌 성격 탓이었다. 여러 관계자는 개넥이 연말 보너스에 인색했고, 성질도 포악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전직 임원은 “개넥이 엄격한 내부 규칙을 준수할 땐 매우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라는 식의 압박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직원은 개넥이 거친 상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원래 거칠고 괴짜투성이인 업계이며, 개넥은 언제나 공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직원 또한 ‘레벨 글로벌이 남들보다 유리해지려고 꾀를 쓰기보단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펀드였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개넥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비판에 개의치 않았다.
“내 목표는 모든 이의 호감을 사는 게 아니다.” 그는 전 직원이 보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색 후 회사가 문을 닫기 전까지 퇴사한 직원이 단 한 명 뿐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호감 여부와 관계 없이, 개넥은 탄탄한 사업을 구축했다. 레벨 글로벌은 실적이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균형 잡힌 수익률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7년간 이 회사의 연평균 수수료 순수익률은 12%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큰 손해 없이 선방했다. 2010년이 되자 개넥의 자산 운용 규모는 창립 당시 약 5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불어났다.
직원은 60명이었다. 같은 해 골드먼삭스에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레벨 글로벌의 기업가치가 4억 달러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던 2010년 11월 22일, 검찰은 레벨 글로벌을 비롯한 3개 헤지펀드를 압수수색했다. 그 중 한 곳은 스티브 코언의 매형 리처드 시멀 Richard Schimel 이 공동 운영하는 다이아몬드백 캐피털 매니지먼트 Diamondback Capital Management(규모 50억 달러)였다(시멀은 불기소됐다). 개넥은 “단 한 번도 내 인생에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상조차 못 해본 일이었다.”
실제 내부거래 수사는 대개 검찰이 기록을 제출 받아 꼼꼼히 조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3개사에 대한 압수수색 결정은 통상적인 방법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미국 헌법 제 4조는 ‘불합리한 압수수색’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개인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을 판사로부터 발부 받으려면, 먼저 법원에 선서진술서를 제출해 해당 공간에서 범죄의 증거가 발견될 개연성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압수수색은 해당 개인이 유죄임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압수수색이 곧 유죄로 인식되는게 현실이다.
개넥의 이름은 치어슨, 다른 직원 한 사람과 함께 영장에 올라 있었다. 검찰 직원들은 개넥 사무실에 있는 모든 문서와 그의 개인 휴대전화 외에도 그의 미술품 소장 목록과 ‘S/A/C 통신(S/A/C/ Correspondence)’이라 적힌 서류철을 압수했다. 언론은 이 건을 놓치지 않았다. ‘뉴욕 포스트 New York Post’는 ‘수색된 펀드들은 이제 끝났다’는 요란한 제목을 달아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투자자들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발을 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수색 다음날은 아내 대니엘의 생일이었다. 맨해튼의 식당 ‘팜 Palm’에서 아내, 그리고 세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개넥은 끝까지 담담한 척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자신의 업계 내 평판에 큰 흠집이 생겼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토네이도를 맞은 것처럼.”

이 때부터 고난의 시기가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건 불확실성이었다. 개넥은 “시장 참여자에게 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나쁜 건 없다”고 말했다. “뭔지 알면,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색영장에 이름이 올랐다고 해서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를 열람하거나, 검찰이 어떤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지 알 권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실제 기소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자산이 위험해진 투자자들은 인내할 뜻이 없었다. 이들은 개넥의 이름이 수색영장에 올라 있었는 지 물었다. 개넥이 부정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돈을 빼기 시작했다.

개넥은 회사를 구하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했다. 압수수색 이후 한 달이 지난 12월 20일, 그의 변호인단은 SDNY 측과 만남을 가졌다. SDNY에서는 당시 형사부를 이끌던 리치 제이블 Rich Zabel, 담당 검사 중 한 명이었던 데이비드 레이보위츠 David Leibowitz 등이 참석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파악한 사실 관계에 확신이 있는지 압박했고, 개넥의 사업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음을 강조했다. 개넥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은 압수수색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레벨 글로벌의 변호사들에게 주장했다.
과거에도 개넥과 제이블 간에는 인연이 있었다. 리치 제이블의 아버지는 헤지펀드 전문 로펌 슐트 로스 & 제이블 Shulte Roth & Zabel의 파트너 변호사인 윌리엄 제이블 William Zabel이었다. 그러나 개넥은 자신과 리치가 스쿼시 경기 라이벌이라는 것이 더 신경 쓰였다.
개넥에게 스쿼시는 늘 인생의 일부였다. 그는 프랭클린&마셜대 시절 학교 팀의 주장이었다. 졸업 후에도 이 운동에 몰두했다(2014년 초 그는 미국 최초의 스쿼시 국가대표팀 감독 영입 모금 운동에 2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프린스턴 대학교 스쿼시 팀 주장이었던 제이블은 1983년 졸업 전까지 전국대회 우승을 두 번이나 했다. 두 사람 집안은 모두 맨해튼의 고급 회원제 클럽인 하모니 클럽 Harmonie Club의 회원이었다. 개넥에 따르면, 1985년~2000년 동안 두 사람은 하모니 클럽 스쿼시 대회 결승전에서 수 차례 맞붙었다. 라이벌 의식이 강렬했다.
제이블은 이에 대안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개넥은 두 사람 간에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이 이해관계의 충돌을 일으켰으므로 제이블은 이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개넥은 “자진해서 물러났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자문을 구한 법조인들은 스쿼시 라이벌 관계로는 이해관계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개넥은 바라라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변호사 한 명을 고용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내부 수사 결과 개넥이 무혐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바라라를 직접 설득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2월 4일, 이 변호사는 바라라를 만나 개넥이 기소되지 않을 거라고 보증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시 바라라는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그 편이 레벨 글로벌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계속 빠져나가자, 개넥은 2011년 2월 11일 레벨 글로벌의 폐업을 발표했다. 그 후 그는 개인 재산 운용을 위해 가족자산관리회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아포칼립스 22 Apocalypse 22’였다. 한때 자신이 소장했던 크리스토퍼 울 Christopher Wool의 ‘가사 그리기(word painting)’ 작품 *역주: 단어의 뜻을 그대로 표현하는 음악 작품, ‘아포칼립스 나우 Apocalypse Now’에서 따 온 이름이었다.
정부는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 1년도 지난 후인 2012년 초가 되서야 개넥의 주니어 파트너 앤서니 치어슨과 다이아몬드백의 트레이더 토드 뉴먼 Todd Newman 등을 기소했다. 그 때 수사 당국의 조력자가 레벨 글로벌의 전 직원이었던 샘 애돈대키스 Sam Adondakis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급 직원이었던 그는 2010년 봄 규율 위반 때문에 레벨에서 해고당한 인물이었다. 정부는 델과 엔비디아 Nvidia의 내부자들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정보가 유입됐고, 애돈대키스 등도 그 연결고리의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돈대키스는 정보의 원천으로부터 몇 단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다이아몬드 캐피털의 토드 뉴먼(위쪽)과 개넥의 레벨 글로벌 내 주니어 파트너였던 앤서니 치어슨(아래쪽)은 2012년 내부거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2014년 항소심에선 그 판결이 뒤집어졌다



개넥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치어슨의 변호사들은 개넥에게 증언을 요청할 생각이었고, 판사는 피고 및 예비 증인들의 선서진술서 열람을 허용했다. 그제서야 개넥이 내용을 알게 된 것이었다. 선서진술서는 애돈대키스가 내부 정보를 개넥에게 전달했고, 개넥이 이를 이용했으며, 결정적으로 자신이 ‘내부 정보의 출처를 개넥에게 밝혔다’는 애돈대키스의 증언을 담고 있었다(내부거래죄는 내부인이 기밀유지 의무를 어겼음을 알았거나, 알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에만 성립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은 없었고, 개넥의 이름은 32페이지에 달하는 선서진술서 중 다른 곳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치어슨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그가 기소를 “생매장”에 비유했으며, 자신이 수사에 협조해 개넥을 정부에 바치면 처벌을 감경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엄청난 압박에도 치어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치어슨 사건이 재판에 회부된 2012년 가을에 이르자 개넥 본인의 표현대로 ‘잘 만들어졌던 삶(well-built life)’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개낵은 “‘너희 애는 우리 애들이랑 못 놀아’까진 아니었지만,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사업상 지인들 중 내 전화를 안 받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감청 대상이라 그 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들의 삶에서 나는 지워졌다.”

개넥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유한 그는 개인적으로 일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 수입이 없어지면서 예술이 취미가 아닌 사업에 가까워졌다. 그는 미술관에 수집품을 기증하려는 계획을 늦췄다. 저명한 기업의 이사였다면 자연스러웠을 수백만 달러의 현금과 미술품 기증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는 지난 2013년 구겐하임 미술관 이사직을 사임했다.
개넥은 회사 문을 닫은 후 수십억 달러 부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와 흥미로운 만남을 갖기도 했다. 둘은 백개먼 backgammon *역주: 카드게임의 일종을 함께 하는 사이였다. 개넥은 “친절하게도 소로스 쪽에서 내게 먼저 연락을 취해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그는 ‘요즘 뉴욕에서의 삶이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난 ‘힘들다’고 답했다. 공개적인 문제가 있을 땐 살기 힘든 곳이라고. 소로스는 ‘뉴욕의 핵심은 거래다. 거래 상태가 나빠지면, 살기 무척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니엘 개넥은 필자에게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누명을 쓰는 것보다 더 사람의 영혼을 절망에 빠뜨리는 일이 있을까? 내 남편은 아무런 [기소를]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에 대한 의혹을 시끄럽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제기했다. 정말 괴로웠다.”

치어슨의 재판이 마침내 시작되면서, 개넥의 고통은 충격으로 변해갔다. 그는 정부의 수색영장 발부 근거가 된 핵심 혐의 중 하나가 거짓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법정에 선 애돈대키스는 개넥에게 델 내부자로부터 직접 받은 정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FBI 요원도 이 증언을 뒷받침했다. 그 요원은 “애돈대키스는 개넥에게 정보의 출처가 델의 내부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치어슨과 뉴먼은 모두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그 재판은 개넥이 ‘검찰 승리를 위한 버블의 절정’이라 부른 순간으로 치닫고 있었다.
두 사람은 즉각 항소했고, 2년 후인 2014년 12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쯤에서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었다. SDNY 재직 당시 개넥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현재는 스캐든 아르프스 Skadden Arps 소속 변호사인 존 캐럴 John Carroll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쯤에서 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자기 상처를 핥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넥은 잃을 것이 더 이상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서진술서의 거짓 정보 탓에 회사를 잃었다고 여겼다. 속으로 곱씹을 수록 분노가 커졌다. 처음엔 단순한 실수였을지 몰라도, 바라라 등 검찰 측은 변호인단으로부터 사실 관계를 입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선서진술서 내의 명백한 거짓 정보가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다. 개넥은 소장(訴狀)에서 ‘정보가 기술된 방식 또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선서진술서는 한 헤지펀드가 내부거래의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면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일부 뒷받침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 펀드가 압수수색 대상 중 한 곳인 것처럼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 펀드는 2010년 11월 22일 압수수색된 펀드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직원 2명의 작은 회사였다.

가넥에 따르면, 정부가 레벨 글로벌 압수수색을 통해 획득한 정보는 기소에서 전혀 사용되지도 않았다(정부는 전통적 방식인 소환장을 통해 입수한 정보로 치어슨을 기소했다).
압수수색의 부당함과 수색영장에 불법적으로(개넥의 주장이다) 그의 이름이 올랐었다는 사실이 맞물리면서 개넥의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도저히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법조인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소송을 권하지 않았다. 그가 만난 변호사들은 “지금 싸우려는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기관”이며 “심지어 더럽게 싸우는 기관”이라고 그를 말렸다. 검사와의 관계가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SDNY에 맞서려는 변호사를 찾기란 쉽지가않았다.

그러던 중 배리 셰크와 연락이 닿았다. ‘무죄 프로젝트’에 기부할 뜻이 있던 개넥이 상황을 언급하자, 셰크는 자신의 팀과 이야기해 볼 것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참석자 모두가 부정적이었지만, 개넥은 자신의 말이 이어질수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얼마 후 개넥은 셰크를 선임하고 소송을 개시했다.
만약 애돈대키스가 개넥을 언급한 적이 없다면, 왜 선서진술서의 내용은 그 반대이며 왜 수정되지도 않았을까? 개넥이 품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이다.
연방판사 출신으로 셰크와 함께 개넥의 변호를 맡은 하버드대 교수 낸시 거트너 Nancy Gertner는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거가 있었던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실이 포함된 이 경우는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례이다.” 셰크는 DNA 과학의 진보로 사건 증거에 대한 결론이 바뀌었을 때 검찰이 증언을 정정하듯, 이 경우에도 SDNY에게 선서진술서에 대한 ‘정정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O.J.심프슨 사건에서 심프슨의 변호인을 맡았고, CBS 드라마 ‘굿 와이프 The Good Wife’에선 직접 본인 역을 맡았던 유명 변호사 배리 셰크가 현재 개넥의 변호를 맡고 있다. 그는 레벨 글로벌 압수수색의 근거가 된 선서진술서 내용에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면, 검찰은 이를 “정정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개넥의 변호인단은 이 발견이 고의적인 조작이 있었음을 입증해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개넥은 자신이 검찰의 표적이 된 이유가 그의 특정한 행동이 아닌, 코언과의 관계와 자신이 대표하는 것에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업계를 파괴함으로써 그들은 일종의 자본을 얻었다. 정치적 자본, 잡지 표지, 민간업계 좋은 자리를 차지할 기회 같은 것들 말이다.”(공교롭게도 제이블은 현재 유력 헤지펀드사인 엘리어트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의 최고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개넥은 “그들이 나를 업계에서 쫓아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심증은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내가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라라를 비판하는 사람은 개넥뿐만이 아니다. 밸러리 캐프로니 Valerie Caproni 판사는 전 뉴욕 주의회 의장이었던 셸던 실버 Sheldon Silver 의 검찰 수사에 대해 ‘미디어 대공습(media blitz)’을 기획했다며 SDNY를 비판했다. 한 전직 SDNY 검사는 “바라라가 언론을 유독 좋아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냥 느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판사와 일반인들 모두 점점 인내심이 줄고 있다.”

개넥 측은 거짓 정보가 선서진술서에 포함된 데 대해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바라라의 행동이 평소 언행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그의 위선을 더욱 날카롭게 비판했다. 개넥의 변호인인 전직 SDNY 검사 캐럴은 “프리트 바라라는 ‘직원이 잘못을 저질렀을 땐 경영자가 나서 조직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조직을 정화함으로써 거짓 선서진술서에 대응하는 스스로의 처방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바라라는 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미 대법원은 정부 공무원의 ‘제한적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명백한 능력 부족, 혹은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례’가 아닌 한 사법기관 관계자가 개인의 헌법적 권리 침해를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개넥이 승소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넥 사건에 제한적인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검찰은 정보 출처가 델의 내부인인지 여부를 개넥이 인지했는 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서진술서는 델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개넥이 내부거래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만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넥은 이 주장이 “정말로 비도덕적”이라 비난했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레벨 글로벌의 서버에서 검색한 기업명은 단 하나 델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은 다른 정보도 입수한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개넥을 기소하기엔 충분치 않았으며, 지금 공개할 필요도 전혀 없는 정보다). 개넥은 이에 대해 “오직 정부만이 쓸 수 있는 무기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한 협조하는 증인이 있었고 개넥이 델과 거래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선서진술서에 그의 범죄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사무실을 수색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레벨 글로벌을 잡은 방식은 매우 전형적”이라고 말했다.

내부거래 수사 경험자들 사이에는, 자신을 없애기 위해 누군가가 증거를 조작하는 수고를 했다고 상상하는 것으로 보아 개넥의 자기 중심적인 면이 보통 이상인 것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피고 측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데이비드 개넥 본인이 ‘태풍의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해야 이 이야기가 말이 된다”고 밝혔다. FBI 요원과 검사 등 공직자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분노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직 검사 집단 전체의 일반적인 의견은 다소 다르다. 매우 공격적인데다 자부심과 독선적인 면모가 강한 SDNY가 개넥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실제로 혐의를 잡아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고, 언젠가는 개넥의 꼬리를 잡을 것이란 생각에 실수를 인정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넥이 소송에서 패할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개넥의 핵심 주장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한 전직 SDNY 검사는 “정부가 이미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유리해질 필요까진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폴리 판사는 수사기관 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피고 전원의 소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한적 면책특권 원칙에 의거해 바라라는 즉각 항소했고, 제2순회항소법원에서 몇 달 내에 구두 심문이 열릴 예정이다.
복수심을 숨기기에 개넥의 분노는 너무 크고, 화법도 너무 직설적이다. 그러나 그는 소를 제기한 의도가 그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나한테 이럴 정도면, 맞서 싸울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한테는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월가가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도 똑같은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소송에서 개넥의 이런 목표가 달성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그도 자신의 주장을 접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지않을까.



● 미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거래 관련 판결을 내렸다. 식료품 도매상 배섬 샐먼 Bassam Salman이 은행가인 처남이 제공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진행해 수십만 달러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유죄 선고 받았다. 샐먼의 변호인단은 2014년 토드 뉴먼과 앤서니 치어슨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선례로 내세웠다. 샐먼의 처남이 정보 제공을 통해 어떤 금전적 혜택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거래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금이나 현물이 대가로 제공되지 않았어도, 거래 가능한 정보를 친구나 친척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혜택의 수혜 요건을 충족한다고 만장일치로 판시했다. 새뮤얼 앨리토 Samuel Alito 대법관은 ‘정보 제공자가 거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정보 제공자가 거래 이후 그 수익의 일부를 선물로 받는 것과 동일한 행위이므로 정보 제공자에게 개인적인 이득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뉴욕남부지검의 프리트 바라라 지검장은 ‘상식적인 판단’이었다며 이 판결을 환영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뉴먼 판결 이후 위축됐던 검찰의 내부거래 수사가 재개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뉴먼 사건 판결 내용 중 상당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서, 그 사건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다.
샐먼과 그의 처남과는 달리, 뉴먼과 치어슨은 기밀 정보를 직접 활용한 사람과 몇 단계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부거래는 아직도 회색지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활동을 재개했다.
-JEFF JOHN ROBERTS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BETHANY MCLEA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