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 시설 설치업체에 장기 저리의 융자를 해주고 있다. 현재 대출금리는 연 1.75%로 파격적인데 생산자금 및 시설자금은 최대 100억원 이내에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할 수 있다. 신재생 업체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올해 편성돼 있는 예산만 660억원이다.
이런 신재생에너지 융자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대기업 지원에 쓰이고 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의도지만 자체 자금을 이용하거나 시장에서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에까지 정부가 저리 융자를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70억원이 책정된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시설자금 융자 사업 중 대기업이 받아간 금액은 103억원이다. 개인과 중소기업이 781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대기업 대출도 10.6%였다. GS 같은 주요 대기업의 풍력발전 사업 시설대출에 쓰였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누적으로 보면 대기업 융자 금액은 적지 않다. 2013년 대기업 대출이 283억원, 2014년에는 233억원이었고 2015년에는 16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융자액은 812억원, 1,241억원, 1,320억원이었다. 매년 대기업 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까지 4개 연도 총 융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약 18%에 이른다. 대출 조건이 장기이기 때문에 한 번 대출을 받으면 혜택이 지속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키우기로 했으면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시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해주는 게 맞다”며 “자체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에 대한 저리 대출은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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