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가 10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27억5,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수익률은 애초 제시됐던 연 8.25%보다 낮은 7.9%다.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은 ‘B3’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에 해당한다. FT는 멕시코·아일랜드·영국 등이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국가신용등급이 ‘정크’인 국가가 100년물을 발행한 것은 아르헨티나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국채 발행으로 거둬들인 자금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하고 일부 자금은 정부 예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채발행 성공 비결은
‘친기업’ 마크리 대통령 취임
경제 활성화 기대감 커져
투자자들 신흥국 관심도 높아
‘정크’ 등급의 아르헨티나 100년물 국채 발행이 성공한 것은 2015년 말 친기업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담 보탐레이 HSBC 채권신디케이트본부장은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 궤도에 강한 관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이번 채권 발행 성공에 의미를 부여했다. 브렛 디멘트 애버딘자산관리 이머징채권본부장도 “신흥국 시장에서 100년 만기 채권 매입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1816년 독립 이후 총 8번의 국가부도를 선언했던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부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시장의 실망감이 고조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마크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을 기존 ‘Caa1’에서 ‘B3’로 한 계단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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