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단지 상가의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 중에는 문이 열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영업 중인 사무실을 어렵게 발견해 들어가자 이곳의 대표는 “정부 단속 때문에 다들 아예 문을 안 열고 커피숍이나 집에서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지만 계속 안 나올 수도 없어서 일단 문은 열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한 주 동안 뚜렷하게 나타난 분위기는 거래 실종이라는 게 강남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포동 S공인 대표는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거래는 안 된다”며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지면 실제로 매매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B공인 대표는 “향후 시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매도자들 중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거래를 보류시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며 “정부 대책이 미칠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눈치 보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거래 실종과 호가 하락은 이번주 인상 폭 둔화로 이어졌다. 강동구 재건축단지의 경우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셋째주(17~22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17%로 전주(0.32%)보다 둔화됐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5%로 지난 3월 마지막주(25~30일) -0.2%를 기록한 지 3개월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강동구는 5월2일 5,930가구의 대규모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의 관리처분인가를 전후해 매매·전세 시세가 급등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 수준의 매매·전세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포함돼 있는 강남 4구는 강남구(0.24%→0.10%), 서초구(0.21%→0.17%), 송파구(0.45%→0.12%), 강동구(0.39%→0.05%) 모두 전주보다 상승세가 둔화돼 도봉구(0.58%), 동대문구(0.52%), 관악구(0.31%) 등 비(非)강남권 지역의 매매 시세 상승률을 밑돌았다. 6·19대책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매물 출시를 보류하는 등 눈치 보기가 지속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 둔화는 확연하게 나타난 반면 일반 아파트는 도봉·강북 등 강북권역 위주로 실수요 거래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라는 게 부동산114의 설명이다.
아직도 주택 소유주들이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적어도 오는 8월 예정된 정부의 가계부채종합관리방안 발표를 앞둔 시점까지는 이 같은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동구의 C공인 대표는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거래는 주로 전세가 있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의 대출규제 강화는 큰 영향이 없다”며 “집주인들이 대체로 올 하반기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아직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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