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끝내기 홈런 같았다. 조던 스피스(24·미국)가 가장 짜릿한 방식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하일랜즈TPC(파70·6,844야드).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680만달러)의 첫 번째 연장에 나선 스피스는 18번홀(파4)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렸다. 사람 키 높이의 깊은 벙커. 대니얼 버거(미국)의 샷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떨어진 터라 벙커 샷이 어긋나면 그대로 주저앉을 상황이었다. 스피스의 샷은 그러나 가장 긴장되는 순간 가장 안정된 포물선을 그렸다. 그린에 두세 차례 튄 볼은 그대로 홀 왼쪽을 비집고 들어갔다. 클럽을 내던진 스피스는 오랜 캐디 마이클 그렐러와 몸을 부딪치는 ‘메이저리그 식’ 세리머니를 펼쳤고 경쟁자 버거도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직 버거의 퍼트가 남아 있던 상황. 갤러리들도 얼마나 흥분했던지 스피스가 직접 나서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이후 버거의 그린 밖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스피스의 우승은 확정됐다. 상금은 122만4,000달러(약 13억8,900만원). 마지막 벙커 샷이 13억원짜리 명품 샷이었던 셈이다. 스피스는 지난 2013년 데뷔 첫 승을 올린 후 5년 사이 10승을 채웠다. 1945년 이후를 기준으로 한 PGA 투어 최연소 10승 2위 기록. 타이거 우즈(미국) 다음이다.
이번 대회로 스피스는 확실하게 부활을 알렸다. 2015년 컴퓨터 퍼트를 앞세워 메이저대회 마스터스-US오픈 연속 우승을 포함, 5승을 쓸어담았던 스피스는 지난해 2승에 그쳤다. 올해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이 전부였다. 지난달에는 2개 대회에서 컷 탈락 수모를 겪었고 직후 대회에서 공동 2위를 했지만 지난주 US오픈에서 공동 35위에 머물렀다. 스피스는 그러나 69타를 친 US오픈 마지막 날에 퍼트 감을 찾는 데 성공했다. “마치 65타를 친 것 같은 느낌”이라던 그의 자신감은 이번 트래블러스 챔피언십까지 이어졌다. 사흘 내리 단독 선두를 달렸다. 마지막 날 버디 3개와 보기 3개의 이븐파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12언더파로 맞은 연장에서 끝내 역전 우승은 허용하지 않았다. 정규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파에 그쳤던 스피스는 연장에서 마주한 똑같은 벙커에서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편 뉴질랜드동포 대니 리가 10언더파 공동 3위로 마친 가운데 첫날 67타를 쳐 공동 19위에 올랐던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3타를 잃고 1오버파 공동 66위에 그쳤다. US오픈에서 컷 탈락한 뒤 명예회복을 노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날 6타를 줄여 무려 43계단을 수직상승, 공동 17위로 희망을 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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