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첫 만남에서 이민 문제 등 양국 간에 첨예하게 부딪히는 경제현안은 덮어둔 채 새로운 ‘브로맨스(끈끈한 우정)’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와 모디 총리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닌데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미국 내 인도 노동자들을 정조준하고 있어 양국 외교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도 NDTV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첫 정상회담에서 국가안보·테러리즘·에너지 등 세 분야의 대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양국 간 특별한 이견이 없는 분야들로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안해결보다 관계구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디 총리는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출증대 노력에 부응해 군사용 드론 등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파키스탄을 ‘테러 지원국’으로 맹비난하는 인도의 강경노선에 동조하고 있어 테러리즘 대응에도 손쉽게 의견 일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친구” “만남을 기대한다”는 글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양국은 이민과 일자리 문제 등 주요 정책에서 철저하게 대립하고 있어 두 정상의 대화가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문인취업비자(H1B) 우선발급 서비스를 6개월 동안 중단하는 등 외국인들의 미국 내 취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H1B 발급 건수의 70%를 차지하는 인도 출신 노동자들은 해당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 20일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공장을 유치하는 등 해외 제조업체들을 인도로 끌어들이려는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도 미국 내 일자리 지키기에 사활을 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25일에도 애플·구글·아마존·록히드마틴 등 주요 미국 기업 21곳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인도의 경제개혁 조치를 설명하며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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