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예능이 힘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 예능이 기반을 닦아둬야 한다. JTBC가 2014년부터 내놓은 프로그램 중 매 해 두 편 이상씩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냉장고를 부탁해’와 ‘비정상회담’, 2015년 ‘아는 형님’과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 2016년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와 ‘한끼줍쇼’다. 2017년에도 두 편 보존의 법칙이 예고됐다.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악재가 하나 있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초반 인기를 견인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최현석 셰프가 지난 5월 하차한 것이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힘을 잃지 않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김용만과 이국주 편에서 5.5%(닐슨코리아 수도권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비정상회담’도 3%대로 높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정상회담’은 매주 출연하는 게스트에서 화제성을 얻는다. 지난주에는 미국드라마 ‘워킹데드’ 주인공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게스트로 나왔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출연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 외에도 성악가 조수미, 구글사 전무 미키김 등을 게스트로 초대해 양질의 토크를 나눴다. 예능적 재미 외에도 유익함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끼줍쇼’와 ‘아는형님’은 이경규와 강호동을 필두로 JTBC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자체최고 시청률 6%를 가뿐히 넘겼다. ‘한끼줍쇼’는 송윤아와 소녀시대 윤아 편에서 6.001%(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노량진 특집에서 ‘민폐 논란’이 잠시 일었지만 시청률 5%대를 유지하면서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을 보여줬다.
‘아는형님’도 ‘한끼줍쇼’와 비슷하게 5%대를 유지하는 중. 그중 5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싸이 편은 6.99%를 기록하며 자체최고를 경신했다. ‘한끼줍쇼’와 ‘아는형님’은 매 회 새롭게 출연한 게스트 위주로 방송이 진행된다. 컴백하는 가수나 새 작품을 찍은 배우들이 홍보하러 얼굴을 비추기에 적절한 포맷인 것. 이경규와 강호동의 노련한 진행 덕에 게스트들이 즐겨 찾는 방송이 됐다.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다.
JTBC의 코미디언판 ‘우리 결혼했어요’로 볼 수 있는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앞서 윤정수와 김숙의 남다른 케미로 인기를 얻은 ‘님과 함께2’는 ‘먹깨비 커플’ 이수지와 유민상 하차 후 김영철과 송은이가 합류하면서 시청률 4%대를 회복했다. 나영석 PD의 신작 tvN ‘신서유기4’와 완벽하게 겹치는 시간대로 인해 시청률이 잠시 하락했으나 다시 4%를 재돌파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뭉쳐야 뜬다’는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의 ‘아재 케미’로 호평받았다. 고정된 멤버에 패키지여행이라는 포맷적 한계가 드러날 즈음 게스트 투입으로 지루함을 극복했다. 지난 4월 차태현이 첫 게스트로 등장해 시청률 5.206%를 기록했다. 게스트 투입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 지난주 방송된 하이라이트 윤두준 용준형 편은 5.317%로, 역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현재 JTBC 예능 중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아직 1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효리네 민박’이다. 지난 25일 첫 문을 연 ‘효리네 민박’은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SBS ‘미운우리새끼’와의 대결에서도 시청률 5.842%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가수 이상순과 결혼한 지 4년 만에 제주 생활을 숨김없이 오픈한 이효리에 대중의 관심이 모였다. tvN 나영석 PD의 ‘윤식당’과 ‘삼시세끼’가 오버랩 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효리만의 라이프 스타일로 극복하기를 기대해본다.
같은 날 첫 선을 보인 ‘비긴어게인’도 역시 시청률 5%대를 돌파(5.097%)했다. 국내 가수들이 해외의 낯선 거리에서 버스킹을 펼치는 음악 여행 예능으로, 가수 이소라가 오랜만에 복귀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라는 내로라하는 뮤지션의 조합에 노홍철이 예능적 재미를 더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바탕으로 울려 퍼지는 음률이 아름답다.
올해 상반기 JTBC 예능국에서는 기존 프로그램과 신규 프로그램 모두 각자의 방법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승세를 탄 프로그램이 많은 만큼 하반기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