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14곳의 모델하우스에는 청약예정자들로 북적거렸다. 정부가 앞서 서울 등 40개 지역에서 총부채상환비율(LTV)과 주택담보인정비율(DTI)을 각각 10%포인트씩 낮추는 ‘6·19대책’을 내놓자 규제 적용을 피해간 단지들에 청약하려는 수요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6·19대책의 대출규제는 오는 7월3일 입주자 모집공고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이파크 갤러리’.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의 모델하우스가 마련된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전10시 개관 예정이었지만 9시께부터 수백명의 방문객들이 밀려들면서 인근의 삼성역 1번 출구까지 약 90m의 대기행렬을 만들기도 했다. ‘떴다방(불법 이동식 중개업소)’들이 이런 대기자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나눠주며 분양권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입장을 하더라도 내부 유닛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30~40분가량 기다려야 본격적인 관람이 가능했다. 청약조건 등을 물어보려는 상담자들도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이날 하루 이곳에만 8,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30대 남성 B씨는 “다음달부터 대출받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애초 계획보다 빨리 집을 사려고 한다”며 “어차피 집을 구할 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규제가 덜한 이번에 청약을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에 거주한다는 60대 남성 C씨는 “결혼할 아들의 집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에 이번에 청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많아서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했다. 용산구 ‘센트럴파크 효성 해링턴스퀘어’ 모델하우스에도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청약에 관심을 보였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 아이파크’, 인천 연수구 송도동 ‘랜드마크시티 센트럴더샵’ 등 서울 및 수도권의 다른 모델하우스에도 적지 않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규제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음에도 청약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당장 7월3일부터 시작될 대출규제 강화 때문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LTV는 70%에서 60%(서민·실수요자 70%)로, DTI는 50%(서민·실수요자 60%)로 낮아지고 집단대출에도 DTI 50%(서민·실수요자 6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지금까지는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7월3일부터는 3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DTI가 60%에서 50%로 줄어드는 영향도 상당해 연봉 4,000만원인 사람이 3.5%의 금리로 20년간 원리금 균등상환 대출을 이용하면 DTI가 60%일 때는 3억4,500만원을 받을 수 있으나 50%인 경우에는 2억8,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주담대 금리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것도 대출 수요 급증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이 가계에 신규로 빌려준 주담대 금리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오른 연 3.26%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1월(3.34%)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다. 예상대로 미국이 하반기 중 한 차례 더 기준 금리를 올릴 경우 국내 주담대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완기·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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