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서울공원’에서는 ‘고려인 이주 80주년 기념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한국을 대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우즈벡에 뿌리내린 고려인 여러분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고려인 여러분들도 서울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박 시장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유라시아’ 방문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유라시아 순방은 대한민국과 도시 서울의 활로가 ‘북방정책’에 있음을 보여줬다. 박 시장은 자신의 활로도 여기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를 ‘북방뉴딜’이라고 부른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를 방문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서울과 관련된 책 300권을 기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는 지난 1897년 유럽에서 최초를 ‘한국학’을 개설한 곳이다. 이날 박 시장은 강연에서 한·러가 지정학적으로 서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러시아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또 한국은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돕는 최적 파트너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러시아와 한국이 함께 동북아라는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바로 ‘북방뉴딜’로, 핵심은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라시아철도의 연결은 이미 과거에 있었던 현실이고 우리의 분명한 미래며 이제 그 구상을 현실로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 유라시아철도는 1930년대 한반도와 만주, 시베리아의 철도를 이었으며 이를 이용해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직접 이동할 수 있었다.
이번 순방의 당초 목적은 지난 28일 러시아 울리야놉스크에서 열린 ‘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WeGO)’ 총회 참석이었다. WeGO는 서울시가 2010년 주도해 창립한 전자정부·스마트시티 교류 협력을 위한 글로벌협의체로 현재 의장도시도 서울이다. 회원도시는 모스크바·마드리드·피츠버그 등 108개다.
박 시장은 이 행사에서 ‘디지털 시장실’ 등 서울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기술을 소개했다. 각국 시장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자정부 분야에서 서울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또 이달 3~4일 타슈켄트에서도 서울시 우수 정책을 소개하고 우리 기업 진출을 촉진하는 ‘정책공유 포럼’을 열었다.
한편 박 시장은 서울 개조 정책의 합리화를 위해 이번 순방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클래식 콘서트홀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박 시장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 방문을 소개했다. ‘마린스키 극장이 수차례 증축을 통해 복합단지가 됐다’며 세종문화회관 뿐인 광화문 지역 문화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세종로공원 콘서트홀은 교통문제 등으로 반대가 적지 않다.
또 박 시장은 도시재생 사례인 노바야 골란디아 공원에서 수변공간 난간이 발목 높이 정도인 것을 지적하며 ‘서울로 7017’의 난간(높이 1.4m)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김민정·최수문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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