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 오랜 전통의 기업이라고 봐주거나 시장을 양보해 주는 경쟁자는 없을 것이다”(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63년간 철강 한 우물을 판 동국제강이 장수기업에 머물지 않고 구조조정과 신규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4년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이후 재무구조 개선이 이어지며 최근 철근 등 일부 제품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에 주력 제품인 철근과 컬러 강판은 건설업 호황과 고급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로 인해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철근 생산은 471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고, 칼라 강판은 85만톤으로 6% 증가했다.
동국제강의 주가는 지난해 11월9일 8,000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중국의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제기되며 1만3,000원대에서 미끄러져 두 달 간 조정을 겪었다. 하지만 5월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매수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무서울 정도다 7월 들어 기관이 52만주를 팔며 차익실현하는 동안 외국인은 85만주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역시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1·4분기 실적은 별도기준 매출액 1조3,770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상승했고 연결 기준으로는 23% 올랐다. 다만 영업이익에서는 아쉬운 부문이 눈에 띈다. 연결기준으로는 576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올랐지만, 별도기준으로는 21% 떨어졌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브라질 CPS 제철소에서 발생한 손실을 반영하고 조선업과 연동된 제품인 후판의 실적 부진이 주요한 요소가 됐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다만 전체 판매 제품 중 후판 비중은 꾸준히 줄여 10% 안팎까지 낮췄다. 2·4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동국제강은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철근의 올해 국내 수요가 1,000만 톤에서 1,100만 톤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국제강뿐만 아니라 철강 업계 전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치다. 저가 경쟁을 벌이는 중국산 수입은 중국의 규제 강화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성수기인 2·4분기 동안 철근 전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다만 형강은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철근보다는 시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부터 진행한 구조조정으로 차입금을 2조원 가까이 줄인 것도 투자 포인트다. 페럼타워, 포항 2부두 등의 유형자산을 비롯해 국제종합기계, 유아이엘, 페럼인프라 등 알짜 자회사를 매각해 2015년에 비해 올해 3월 순차입금은 1조9,000억원 줄어든 2조4,583억원으로 나타났다.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는 철강업이지만 동국제강을 보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시선은 우호적이다. 국내 신평사 세 곳 모두 최근 동국제강에 대해 BB+를 유지하되,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건설 경기 호조로 봉형강(철근, 형강 등)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창출 능력이 개선되고 부채비율을 1년 만에 145%에서 132%로 내린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철강재 가격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게 신평사의 진단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약 6조4,200억원이 투입된 동국제강의 브라질 CPS 제철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CPS 제철소는 후판의 하나인 슬라브를 160만톤 생산해 올해 3월 국내에 들여왔다. 조선소에 팔기 위해 받아야 하는 선급 인증도 완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60만톤 중 동국제강 자체 활용을 제외한 해외 판매분이 100만톤 가량으로 예상보다 적고 앞으로도 막대한 운전자금이 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측은 “1~2년 걸리는 제철소 안정화 시점을 절반 이상 앞당겼고 정상 가동 중이어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고로를 갖춘 제철소를 보유함으로써 동국제강이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 수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경쟁력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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