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47년된 대기업 협력사가 '벤처기업'?

"매출 1,000억 벤처 470여곳"

벤처기업協 또 성과 뻥튀기

상당수 기업 '무늬만 벤처'

기보 보증만 받으면 벤처인증

3만개중 98% 투자유치 없어

벤처 확인 기업 9만개, 매출 1,000억원 이상 470여 곳….

벤처기업협회는 18일 신설 중기부 명칭에 반드시 ‘벤처’가 들어가야 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매출 천억원이 넘는 벤처기업도 470여개가 배출됐다”고 또다시 1,000억 벤처 역할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수십년전에 창업해 이미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나중에 정부의 지원제도인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벤처정책의 성과라고 강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벤처기업협회가 ‘스타벤처’라며 줄기차게 자랑해온 ‘매출 천억클럽(2015년 기준)’의 상위 2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16곳(64%)은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인투자기업, 업력 40년 이상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이 진짜 ‘벤처기업’일 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1조2,462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의 오랜 협력사로 탄탄히 성장한 자동차부품회사다. 한국단자공업(1973년), 동진쎄미켐(1967년), 서연전자(1957년) 등도 우리나라에 ‘벤처기업’이라는 이름 자체가 없던 수십 년 전에 설립됐다. STX중공업과 동양시멘트, 동원홈푸드는 각각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였다. 심지어 한국니토옵티칼은 일본에서 1918년 창업한 전기회사가 투자한 기업이다.

도전정신을 무기로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된 ‘진짜 벤처’ 기업의 성과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무늬만 벤처’ 기업들까지 전체 벤처의 성과로 치기에는 옹색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9만개(벤처 인증 경험 기업)에 달하는 벤처 확인기업을 뜯어보면 ‘무늬만 벤처’ 회사는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내놓은 ‘2016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3만1,100여개 기업 중 74.9%는 수출한 적이 없고, 98%는 투자 유치 경험이 없었다. 대부분이 글로벌 경쟁력이 없고, 매력적인 투자대상 또한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벤처’답지 않은 벤처기업을 양산한 것은 정부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흉내 낸다고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면서 ‘정책 지원 대상 기업’의 이름이 ‘벤처’가 됐다. 이후 기술보증기금이 기술평가 보증·대출하는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확인해주면서 실제 혁신성이나 기술력보다는 재무적 안정성에 초점을 둔 기업들이 대거 ‘벤처’로 둔갑했다. 전체 벤처기업의 87%가 기보를 통한 벤처기업인 것이다. 정부는 이런 벤처 양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재 기보 인증 방식의 벤처확인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벤처’가 안고 있는 모순이 만천하에 공개된 가운데에서도 벤처기업협회가 ‘9만개’, ‘천억클럽’으로 벤처기업의 위상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벤처가 아닌, ‘벤처기업’의 테두리 안에 모인 집단의 세 과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라는 이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