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모펀드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후계자에 한국계 미국인인 조지프 배가 지명됐다.
지난 2009년 19억달러에 인수한 오비맥주를 5년 만에 3배의 값을 받고 되팔아 스타로 떠오른 그는 KKR의 공동대표(Co-president)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창업자들에 이어 2세대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KKR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조지프 배와 스콧 너톨을 창업자들을 이을 후계자로 처음 지명하며 공동대표 겸 공동 COO로 동반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KKR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 조지 로버츠 공동회장은 “두 사람은 글로벌적 사고와 행동으로 KKR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유한 가장 뛰어난 리더”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향후 배 신임 대표는 사모펀드·인프라·부동산·에너지 부문의 투자를 이끌고 너톨 대표는 회사채·헤지펀드·자본시장 사업을 지휘하게 된다. 배 대표는 “KKR는 정말로 특별하다”면서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 사모펀드 업계의 최고위직에 오른 배 대표는 선교사의 자녀로 미국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하버드대 동문인 한국계 소설가 재니스 리와 가정을 꾸렸으며 골드만삭스를 거쳐 1996년 KKR에 입사했다. 주중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지만 주말에는 네 명의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등 가정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배 대표는 2005년부터 홍콩에 기반을 둔 아시아투자사업부를 이끌면서 창업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시들해져 고전하던 KKR에 아시아라는 새로운 수익처를 안겨준 것이 바로 그였다.
그는 2009년 19억달러에 인수한 오비맥주를 2014년 58억달러에 세계 1위 맥주 업체인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에 되팔면서 일약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파나소닉헬스케어·히타치공기 등 일본 대기업들의 비핵심 계열사 인수를 주도하며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KKR가 지난달 조성한 펀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93억달러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도 배 대표의 공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0대의 고령에 접어든 크래비스·로버츠 공동회장이 이날 후계자로 배 대표 등을 공식 지명하면서 사모펀드 업계에 세대 교체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도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지난해 여름부터 존 그레이 글로벌부동산부문 대표를 후계자로 거론하며 2세대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FT는 “창업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해 경영권 승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온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KKR의 2세대 경영을 시작으로 달라진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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