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 차례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형 및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낙태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임부들이 낙태를 원한 만큼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징역형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일 대전지법 형사 2부(김양희 부장판사)는 업무상 촉탁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49·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는 한편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전했다. A씨는 2015년 5월 22일 병원에서 임산부 B(40)씨에게서 낙태를 해 달라는 촉탁을 받고 시술하는 등 작년 3월 17일까지 총 41차례에 걸쳐 낙태 시술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낙태 행위를 금지하는 점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으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면서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부들이 낙태를 원해 이뤄진 것이고 그 동기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의사면허 당연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선고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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