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좋은 날의 책방’. 서가를 제외하고는 열 평 남짓한 공간에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소규모·독립 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책방에 영화로 치면 천만 관객에 비견될 만한 소설 10만부를 찍어낸 작가가 나타난 것이다. 대형서점 사인회에서나 볼 것 같은 소설가가 동네 책방에 나타나자 최근 낸 책부터 과거 초판본까지 다양한 책들을 들고 있는 이들이 붐벼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김영하 소설가가 ‘어쩌다 찾은 동네에 동네 책방이 있다면’ 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 책방을 비롯해 경기 일산의 ‘미스터버티고 책방’, 서울 이태원의 고요서사, 서울 연희동의 ‘밤의 서점’……. 이곳들은 김영하 소설가가 지난 열흘간 들른 책방으로 대형서점과 달리 소규모 출판물이나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다양성 서점’을 특징으로 한다.
이날 동네 서점 게릴라를 통해 만난 소설가 김영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작은 서점들이 살아나야 도서관 등 책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들이 잘 된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동네 서점이 주민들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더 책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하 소설가는 1996년 당시 신생 출판사였던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에서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도 ‘오빠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 등 다양한 소설들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소설을 낭독하는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으로 잠재적 독자들을 만나고 최근에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해 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도 소설가라는 직업을 두고 단순히 소설을 쓰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 문학적 경험은 소설일 수도 있고 산문, 강연 혹은 낭독일 수도 있지만 다만 ‘문학적 순간을 느끼는 장(場)’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문학적 순간을 느끼기 위해서는 책 생태계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동네 서점들의 성장도 응원한다.
김영하 소설가의 이런 노력뿐 아니라 최근에는 대형 출판사에서도 동네서점에만 파는 한정판 서적을 내는 등 동네 서점들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계가 대형 멀티플렉스와 더불어 소규모 다양성 영화관들이 다양해질수록 산업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이러한 노력으로 동네 서점을 비롯한 책 생태계가 튼튼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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