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도시바는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000660)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선정했다. 당시 도시바는 같은 달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본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하는 등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도록 도시바메모리 매각은 감감무소식이고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불확실성만 더욱 커졌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애초에 ‘WD’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고려한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이미 예측해온 것으로 ‘지연’보다 ‘예정된 수순’으로 해석하는 게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해 △막대한 인수 자금 확보 △기술 유출 방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참여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 등을 해결할 판을 우선 짜야 했고 이후 반도체 생산 협력사로서 가장 법적 다툼이 심각할 수 있는 WD과의 상생 방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에도 WD의 법적 대응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미국 고등법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 종결 2주 전에 매각 관련 사항을 WD에 통보하기로 합의한 게 대표적으로 사실상 WD를 도시바메모리 최종 매각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의 주요 내용을 2주 전에 WD에 전달한다는 것은 최종 결정을 WD와 함께한다는 얘기”라며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WD의 인수 제안 금액과 법적 다툼을 해결하면서도 일본 정부 입김을 유지할 수 있는 그림이 완성돼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한미일 연합군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까지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일본 일부 언론들은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에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환사채(CB)를 통한 의결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술 유출 우려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연합군에 WD가 합류하되 SK하이닉스는 자금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일본 정부와 도시바의 ‘최종 제안’이 8월 중순 이후 구체화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해야 도쿄 증시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는 상황으로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독점금지 심사 등의 일정을 고려할 경우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여전히 도시바메모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 코리아 2017’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지분 인수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시바 인수 추진을)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투자금이 3조원에 달해 적지 않은데다 CB 방식은 독점금지 심사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며 “당장 SK하이닉스가 배제될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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