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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만명 빚 26조 없애준다는데…"성실히 빚 갚는 사람 역차별" 목소리도

빚 감면 넘어 연체기록까지 삭제

내달부터 경제활동 재기 발판 마련

장기연체채권 추심 금지 법제화도

일각선 "도덕적 해이 조장" 우려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이 31일 한국프레스센터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소멸시효완성채권 처리방안 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빚을 15~25년간 갚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갚을(채무변제) 의무는 없어진다. 다만 채무자가 일부를 갚으면(변제) ‘빚을 안 갚아도 되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인정돼 채무는 부활한다.

대부업체 등은 이를 악용한다. 빚을 일부 갚도록 유도해 추심을 하는 식이다. 금융위원회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빚을 진 기록을 아예 없애는 카드를 꺼낸 이유다. 장기연체자들도 기록 없이 마음 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채무탕감의 절차도 속도를 내서 8월 내에는 끝낸다. 오는 9월부터는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채무탕감의 대상은 공공금융기관과 민간은행 등까지 포함됐다. 먼저 국민행복기금은 소멸시효완성채권 9,000억원(39만9,000명), 파산면책채권 4조6,000억원(32만7,000명) 등 5조6,000억원(73만1,000명)을 탕감한다. 금융공공기관들은 소멸시효완성채권 12조2,000억원(23만7,000명)과 파산면책채권 3조5,000억원(22만5,000명) 등 16조1,000억원(50만명)을 털어내기로 했다. 민간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약 4조원(2016년 말 기준·91만2,000명) 규모의 소멸시효완성채권도 자율적인 소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채무가 탕감되는 인원은 단순계산으로 약 214만3,000명에 육박한다. 금융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부업체(채권매입추심업자)도 채권을 정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대규모 부채탕감은 정권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이명박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신용대사면을 실시했고 박근혜 정부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약 56만명의 빚을 감면해줬다.



문재인 정부가 꺼낸 빚 탕감의 수위는 더 높다. 감면이 아니라 아예 빚은 물론 연체 기록까지 없애준다는 면에서 파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약 40만명) 소각과는 별도의 채무탕감이라 앞으로 대규모 빚 탕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제도·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한 추심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빚 독촉’은 물론 빚과 기록까지 없애주는 ‘빚 탕감 종합세트’를 아예 공식화한 셈이다.

이런 탓에 “빚을 성실히 갚는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비난 여론도 많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15년 동안 빚을 안 갚으면 도덕적 해이는 사라진다는 것이냐”며 “성실히 빚을 상환하는 사람들과의 역차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소멸시효완성채권은 법에 따라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다”며 “불법·편법적 추심 등에 노출돼 피해를 입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고자 소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원에서 채무조정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15년 동안 빚을 못 갚은 분들도 계시지만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장기연체자 모두가 금융거래를 못 하는 사람이고 이를 구제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보여주기 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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