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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듀얼’ 윤경호, “‘꽃길만 걸어라’란 정재영 선배의 말에 감동”

윤경호, 또래들보다 더 치열하게 연기에 임한 이유

지난 2016년 tvN 드라마 ‘기억’을 시작으로 ‘도깨비’, ‘보이스’, ‘비밀의 숲’ ‘듀얼’ 등에 출연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윤경호는 친근하게 오래가는 배우이다. 최정상의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도 성장하는 배우를 꿈꾸는 그는 연기도 인터뷰도 진솔하게 임했다.

20대부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안 얼굴 때문에 경쟁상대는 동안인 40대 선배일 때가 많았다고 고백한 윤경호. 그래서 또래들보다 더 치열하게 연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는 연기경력 15년간 온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나갔다.

윤경호는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의 보조출연자로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05년 극단 미학의 ‘맥베스’란 작품으로 정식 데뷔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의 충신으로 등장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tvN 주말극 ‘비밀의 숲’ 초반 검찰 스폰서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그 억울함에 교도소에서 자살한 케이블업체 기사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2017년 윤경호의 열일은 계속됐다. 지난 달 23일 막을 내린 OCN ‘듀얼’(극본 김윤주/연출 이종재/제작 스튜디오드래곤/초록뱀미디어)에선 강력반 형사 이형식 역을 맡아 베테랑 팀장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과 연기호흡을 맞추며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간 것.

옹골차고 실속있는 ‘알토란’ 같은 배우 윤경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배우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 드라마 ‘기억’에서 말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강력계 형사 김창수 역으로 출연한 것에 이어 이번 ‘듀얼’에서도 강력계 형사 형식 역을 맡았다.

▶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으로 나오는 역은 ‘듀얼’이 처음이었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오디션이 아닌 미팅 콜을 받고 들어간 작품입니다. 저의 전 작품들을 피디님이 보시고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했어요. 대본을 먼저 받고 나가서 오디션을 보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기획안 주시면서 함께 하자고 해서 정말 감사했어요. 득천 역 정재영 선배님의 믿음직한 후배 이형식으로 나왔는데, 한마디로 조력자로 역할이죠.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과 딸을 납치당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복제인간 추격 스릴러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는 복제인간의 정체를 뒤늦게 알게 되잖아요. 형사라는 직업상 범법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는 건 최대한 자제해가면서 추적을 해 갈 수 있도록 도우는 역할이죠.

◇ 처음으로 드라마 고정을 맡았고,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한 정재영 배우랑 호흡을 맞췄다.

▶ 처음으로 드라마 고정을 하게 됐다는 기쁨도 기쁨이었지만, 저에 대한 신뢰를 받아서 감사한 드라마로 기억 될 듯 해요. 그것보다 주인공이 정재영 선배라는 점이 가슴 설레였어요. 어렸을 때 우상이 바로 정재영 선배였거든요. 그랬던 분을 실제로 옆에서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어요.

재영 선배님에게도 말씀드렸는데, 20대 초반에 선배님이 너무 좋아서 ‘필름잇수다’ 문을 두드리고 가서 제작부 막내생활을 했거든요.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이메일 주소를 보고 장문의 편지를 썼던 기억도 있어요. 알고보니 재영 선배님은 홈페이지에 메일 주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셨어요.

OCN ‘듀얼’ 장면, 배우 정재영 윤경호


◇ 그렇게 좋아하는 우상과 1회부터 16회를 함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한다면?

▶15회에서 형님이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딸을 구출하는 장면에서 조력자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숲속에서 선배님을 구하려고 조선족들이랑 싸우려는 장면이 나오는 5회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 늘 함께 붙어있으면서 많은 걸 배웠을 것 같다.

▶ 그럴거란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도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걸 배웠어요. 선배님은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여기세요. 되게 빠르게 진행되는 현장에서 어색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이렇게 해도 되나?란 생각이 들어 선배님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이 많아지면 질수록 연기가 심플하지 못하거든요.

어느 날 선배님이 너는 너무 네 입장에서 읽는다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읽어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부풀려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선배님 한마디 한마디가 되게 감사했어요. 너무 생각이 많아져 쓸데없는 고민이 연기에 더해지는 건 작품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 선후배를 떠나 배우끼리 연기에 대해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만큼 서로간에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인다.

▶ 배우로서도 당연히 좋지만 선배님의 인간적인 면이 좋아요. 조심스럽게 제가 물어보는 연기적인 질문에 답해주시면서도 ‘내가 선배니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어. 선배의 위치가 얼마나 외로운지 아냐? 가끔 나도 내가 맞는지 모르겠다.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외롭다. 끝날 때쯤엔 장난스럽게 말하세요. ‘아까 나 너무 진지하지 않았냐’ 면서. 그리고선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도, 결국 내 생각일 뿐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라고 하셨는데 저에겐 다 고마운 말이었어요.

◇ ‘듀얼’을 통해 인생 선배를 얻은 것 같다.



▶ 촬영 마지막 끝나고 함께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으면서 헤어졌는데, 그 때 선배님이 ‘경호야. 이제 형이라 불러라. 고생 많았으니까 꽃길만 걸어라’ 이러면서 안아주셨어요. 정말 감격이었죠. 선배가 ‘연기적인 동료로서 잘 호흡을 맞추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 내가 되게 위안이 됐어요.

조만간 야간 트랙킹을 재영 선배랑 ‘듀얼’ 팀들과 할 생각이에요. 시간 되는 사람에 한해서 소수가 참여하긴 하겠지만, 맨날 모여서 술 마시는 것보다 같이 운동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우리가 무리 없이 돈도 얼마 안 들고 할 수 있는 게 등산이라는 생각에 의견이 모였어요. 같이 걸으면서 건전하게 땀도 빼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 80년생으로 나이 40을 코 앞에 두고 있다. 30대초반부터 윤경호 배우를 지켜본 바로는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다.

▶ 40세가 되려면 아직 2년이 남았는데, 나이는 생각 안하고 살아요. 예전부터 나이 들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20대 때도 액면가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여 고충이 있었어요. 실제 나이가 젊으니 캐스팅 하기가 애매하다는 말이 나왔거든요. 실제론 나이가 어리가 연기는 어린 티가 나는데, 경쟁상대는 연기는 베테랑인데 얼굴은 동안인 40대 선배일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농익은 연기를 해야 했죠. 그 때 또래들보다 더 치열하게 했어야 하는 게 있었어요.

배우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배우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 나이와 관련해서 에피소드도 많은 걸 같다.

▶ 2014년 노진수 감독의 ‘오빠가 돌아왔다’ 그 영화에 잠깐 출연했는데, 나이를 안 밝히고 오디션을 봤어요. 조감독이 비밀로 하자는 데 동의를 해 주셔서 끝까지 나이를 안 밝히고 오디션을 봤어요. 역할보다 실제로 10살 가량 어린데, 이 나이를 밝히면 오디션에서 분명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조감독도 제 나이를 알고 봤다면, 색안경이 끼어져 불합격을 시킬 것 같다. 나이를 안 밝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렇게해서 연기를 했고, 상대로 나온 이아연 선배가 끝까지 자기보다 제가 나이가 위인지 알고 연기했어요. 어떤 배우는 자기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밝히기도 하는데 오히려 전 나이를 올려서 말해야 했죠.

◇ 돌이 지난 딸 아이를 둔 아빠로 알고 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크겠다.

▶ 아이가 생기고 좀 더 잘 벌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아이가 보물인 것 같아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연애를 9년 가까이 한 뒤 결혼했어요. 연극을 하면서 연애 하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말들을 많이 하셨어요. 드라마 ‘도깨비’ 맨 마지막에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김우식이 큰 선물을 받는 모습에서 제 개인적인 지난날들과 매칭이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울컥’ 했던 것도 있죠. 조금씩 이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내년엔 올해보다 낫겠구나란 희망을 품어봅니다.

◇ 이젠 연극 무대에서 윤경호 배우를 보기 힘들어졌다. 연극 작품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당연히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회사 나름대로 저에 대한 플랜이 있으니까 제 계획만으론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이런 핑계, 저런 핑계가 나오게 되니,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 경호 연극 안 하잖아’ 란 말을 들을 땐 정말 섭섭해요.

사실 무대가 겁이 났으면 났지, 그 누구보다 연극을 사랑하고 있어요. 무대 작품을 안 한지 2년이 지나다보니, 내가 떨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까?란 겁도 생기고, 대본을 외우지 못하고 무대에 오르는 악몽도 꾸기도 해요.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 오르고 싶은 게 제 진짜 마음입니다.

◇ 매니지먼트 구와 함께 한 뒤로 더 잘 되고 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옥자’에 ‘군함도’ 등으로 스크린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 김민교 형이 연출한 연극 ‘발칙한 로맨스’로 인연을 맺어서, 형이 있는 소속사 매니지먼트 구와 인연이 닿게 됐어요. 회사를 옮기면서 매체 쪽 일이 많이 생기긴 했어요.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는데, 오디션을 보면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왔어요. 2016년 드라마 ‘기억’을 시작으로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게 됐어요. 회사랑 첫 손발이 맞아서 했던 작품이 ‘기억’인데 그 작품이 인연이 돼서 드라마와 영화가 연이어 이어졌어요. 첫 단추를 잘 끼었던 것 같아요.

외모가 가진 쓰임이라고 할까요? 제 외모가 영화 쪽에 얼굴 들이밀기도 힘들고, 방송 쪽에 얼씬도 하기 힘든 비주얼인 걸 잘 알고 있어요.(웃음) 개성있는 조연으로 여기저기 쓰임이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단한 배우가 되기보단,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항상 더 성숙하고, 더 깊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역할에 쉽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아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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