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89㎿였던 제주도 풍력·태양광 설비용량은 지난해 370㎿로 28% 증가했다. 지금껏 ‘벙커C유’가 지키고 있던 제1 발전원 자리의 주인도 처음으로 신재생으로 바뀌었다. 청정 제주의 그림대로 돼가고 있다. 바람을 이용해 탄소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청정 발전소는 제주도에만 19곳에 달한다. 문제는 신재생 비중이 늘수록 전력 수급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26.9%에 달했던 전력 예비율은 지난해 15.6%로 1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신재생에너지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여름철 제주도 풍력발전소의 설비 이용률은 10% 초반이다. 올해는 더 악화했다. 7월 말 제주도 최대 전력 수요량이 9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예비율은 다시 또 10%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당국도 전력수급 비상대책을 마련해 돌발정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도가 수십년 뒤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전판’ 없는 탈(脫)원전과 신재생 확대가 맞물리면 만성적 전력부족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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