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인간 여성과 수소 사이에서 태어난 종족이다. 동물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다.
비슷한 이유로 유사한 명칭으로 불리는 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금융기관의 생사여탈을 좌우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금융권에서는 공무원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스스로 공무원이 아니라고 얘기해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으로 통한다.
실제로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금감원 직원들이 검사·감독을 나올 때 공무원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반면 금감원 직원들은 연봉과 복리후생 수준에 관해 논할 때는 민간인임을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의 이중 잣대라고 꼬집는다. 금감원은 최근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에서도 이중적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금감원 임직원의 주식거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개인 신용정보 활용 동의서에 대한 서명을 요구했는데 점검 대상 부서에서 다수의 직원이 거부했다. 이유는 명료했다. 민간인이라는 명분이다. 역지사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금융기관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감사를 나오면 개인 신용정보 활용 동의서 요구도 없이 개인의 신상자료까지 요구한다. 거절할 때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며 어떻게든 받아낸다고 한다. 민간인 운운하며 권한 행사는 마치 공무원 같다. 차라리 금감원을 공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내부적으로도 금감원의 공(公)조직화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보신주의를 차단하기 위해 반관반민에서 반민을 완전히 떼어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해 “나쁜 사람이 (많이) 있다”며 조직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 역시 금감원의 공무원화를 지지하는 쪽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감사를 받을 때는 민간기구라고 하면서 정작 감사를 나갈 때는 공무원같이 권한을 행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이를 통제하기 위해 공조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은 금감원 스스로 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한 측면이 크다. 이번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에서 국장급을 포함한 20여명이 신고 없이 실명과 차명 계좌로 주식거래를 했고 논란이 된 변호사 특혜 채용처럼 채용비리 2건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르면 오는 24일 감사원 감사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공약에 포함돼 있던 만큼 내년에 있을 개헌과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금감원은 관치 배제와 금융감독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민간기구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분명한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감원의 공무원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관반민의 금감원 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손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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