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급여로 전환하는 ‘문재인 케어’ 정책에 대해 전문·중소병원의 반발이 크다. 현재 대학병원의 매출 중 비급여 부문 비중은 20~25%, 전문·중소병원은 40~50%로 상대적으로 비급여 비중이 큰 곳이 더 반발하는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예비급여로 전환되는 항목의 수가(가격)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가 놓여 있다. 병·의원들은 그동안 비급여라는 안전판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정하는 급여항목의 수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안전판이 사라지면 수가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학적으로 정말 필요한 부분은 옥석을 가려 가급적 본인부담률 50%의 예비급여로 전환하고 70%, 90% 등으로 책정되는 예비급여에 대해서는 3~5년 뒤 재평가를 거쳐 존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급여 전환 시 국민참여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연말쯤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예비급여 등으로 건보 적용을 받게 되는 항목의 수가를 책정할 때 기존 가격을 최대한 존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원가보다 크게 부풀려진 비급여 가격을 그대로 보장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여권으로 들어오면 당연히 거품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급여 항목의 원가가 100원이면 100~105원 정도는 쳐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低)수가 대명사인 진찰료 등을 인상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질 평가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비급여 축소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원의 경우 기존 급여항목 중에서 진찰료, 만성질환 관리료 등을 올려주는 식으로 숨통을 터줄 계획”이라며 “반면 가벼운 질환자를 외래진료하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종별가산 진료비를 받지 못하게 하고 환자도 본인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조정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손질은 오는 2019년께 적용되는 3차 상대가치 개편, 의원·병원·대학병원 등의 역할 재조정과 연계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맞물려 이뤄진다.
신포괄수가제 확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사들의 과잉 검사·처방을 줄이기 위해 42개 공공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신포괄수가제를 민간병원에도 적용해 내년 80곳, 2022년 200곳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포괄수가는 의료인력·치료재료 등 의료자원 소모량이 비슷한 질병들을 묶어 평균적인 수가를 적용하며 비급여 진료를 하든 하지 않든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서 받을 수 있는 진료비가 정액으로 정해져 있다.
의료계는 자율성을 제약하고 신의료기술 도입을 저해한다며 반발한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신포괄수가제 확대는 강제가 아니라 원하는 기관이 자율적으로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의원급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신포괄수가제 참여로 의료기관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적정수가 보상모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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