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이후 10년을 보수에 정권을 내준 후 지리멸렬한 야당 생활을 경험했던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5년은 참여정부 시절을 곱씹고 돌아봤다. 취임 100일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걸어온 길에는 참여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참여정부와 지향점은 같아=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청와대 정책실장,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과학기술혁신본부 등 참여정부에서 운영됐던 시스템을 다수 복원시켰다.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노선과 같은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다 실패한 군·검찰·국정원 개혁 등에 대해서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대다수의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를 ‘참여정부 시즌2’와 같다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항 따르는 개혁은 ‘속도조절’=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의 지향점은 같으나 속도는 다르다. 특히 저항이 많이 뒤따르는 정책일수록 참여정부에 비해 속도를 늦추고 있다. 달변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 개혁을 진두지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뒤로 빠지며 때때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검찰 등 권력기관과의 신경전으로 민생 이슈까지 빼앗겼던 참여정부의 기억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대선 당시 재벌개혁을 외쳤던 문 대통령이 상법개정안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지 않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8·2대책은 참여정부 행정관 출신인 김수현 사회수석이 “실패를 바탕으로 정책을 내놨다”고 할 정도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집대성한 내용이다. 아울러 치매 국가책임제, 건보료 보장강화 정책 등 지지층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정무역량 강화=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참여정부와 달리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야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당청관계까지 무너졌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무수석실을 강화해 국회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수행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국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참여정부와 야당 시절 깨달은 데 따른 행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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