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0일 문 대통령 취임 당일 걸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는 새 정부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두 정상은 첫 통화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단단한 양국 정부의 공조를 과시했다. 6월 말에는 전격 방미해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최단기간에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성과를 냈다. 문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제재와 압박뿐 아니라 대화도 병행해 북한 문제를 풀자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양국 정상 공동언론발표문에 반영시키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그 성과는 7월 초 독일에서 문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평화청사진인 ‘베를린 구상’으로 농축됐다.
그러나 후속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우리 측이 추진한 남북 간 군사회담 및 이산가족상봉 협상 제의는 북측으로부터 무시당했다. 북한은 오히려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하며 베를린 구상을 밑그림부터 흔들어댔다. 급기야 북한은 괌에 대한 탄도미사일 포위사격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발표를 하며 초강수를 뒀다. 이에 성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을 불사하려는 뉘앙스의 강경발언을 쏟아내면 8월 한반도위기설이 급부상하고 말았다.
물론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 노력했다.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자 대북 대응의 무게중심을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 쪽으로 옮겼다. 그 결과 이달 초 아세안 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의장성명 채택을 이끌어냈다. 북한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미·대북관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북한은 핵과 ICBM 개발 의지를 좀처럼 버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거래를 통해 정권존립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미 사이를 중재하며 한반도 안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미국은 대북 문제를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 우리 정부가 끼어들 틈이 좁아졌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한미관계는 경제 분야에서도 도전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비롯한 통상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방위 분야 교역, 서비스 수지 등을 감안하면 양국 간 무역불균형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상품교역 분야의 불균형은 개선되고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마이동풍인 상황이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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