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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좋니'의 이유있는 역주행…윤종신의 '진심' 통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아랑곳 않고 한 우물만 파왔던 윤종신의 진심이 통하고 있다. 좋은 노래는 그것이 언제라도 결국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걸, 몸소 증명했다.

/사진=서경스타DB




16일 오전 6시 기준 윤종신의 ‘좋니’는 지니와 벅스뮤직 등 2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 음원차트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지난 6월 22일 발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좋니’는 음악 플랫폼 ‘리슨(LISTEN)’의 열 번째 곡으로 포스티노가 작곡했으며 윤종신이 직접 노랫말을 더했다.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지만 그럴지 못하는 남자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앞서 윤종신이 ‘좋니’ 발표 전 자신의 SNS를 통해 ‘감히 내 노래 속 주인공 중 최고의 지질남’이라고 설명할 만큼 이 곡에서는 윤종신 가사 속 인물들 특유의 지질한 감성이 묻어난다. “이별 앞에 어떻게 쿨 할 수 있어?”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윤종신의 이 지질한 감성이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MBC ‘라디오스타’ 등 각종 예능을 통해 가려졌던 보컬리스트 윤종신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더해져 빛을 발했다. 지난 달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유희열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지런한 뮤지션”이라고 윤종신을 소개하며 “이거 안 부르면 안 되냐. 소중한 한 명의 뮤지션을 잃을 뻔했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팬들 역시 우스갯소리로 ‘각혈 발라드’, ‘부항 발라드’라는 말로 그의 가창력을 평한다.

사실 ‘좋니’가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음원 발표 당시 100위권 진입에도 실패했다. ‘좋니’가 양질의 잘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현 가요계 상황에서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르적으로는 댄스, EDM, 힙합이 주를 이루고,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음원 차트에서 정통 발라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음원차트 100위권에서 발라드 가수는 간헐적인 등장을 보일 뿐, 중심 흐름과 맞닿아 있지는 않다.

/사진=서경스타DB


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펼쳐도 히트곡 하나 배출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공개한 ‘좋니’의 제작비는 그야말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음원 제작 및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촬영에 든 비용은 7,745,960원에 불가하다. 그만큼 ‘좋니’의 성공은 오롯이 입소문만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윤종신은 2010년부터 줄곧 해오고 있는 ‘월간 윤종신’과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리슨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월간 윤종신’이 정기적인 음원 발매가 목적이라면 ‘리슨’은 별도의 주기는 없이 그저 좋은 음악이 준비되면 바로 음원을 발표하는 음악 플랫폼이다.



정규와 비정규라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지만, 두 프로젝트의 흐름은 한 데서 귀결된다. 어떠한 외부요인이나 치장 없이 오직 좋은 음악과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하는 그의 목표가 있다. 앞서 윤종신 역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요즘 가요계는 트렌드에 맞춰가다 보니 음악보다는 사람을 띄우려 한다”며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이 빨리 음악을 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프로젝트의 본질을 강조한 바 있다.

어떤 포장지와 리본을 달까를 고민하고 있는 요즘 가요계 흐름에서, 포장조차 하지 않은 그의 상품은 오히려 그 내실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의 오랜 뚝심이 통하는 순간이다.

사실 30년이 가깝게 가수 활동을 하면서 윤종신은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로 줄곧 팬들을 만나왔다. ‘발라드의 황태자’, ‘발라드의 황제’와 같은 으레 발라드에 특화된 가수들이 부여받는 상징적인 혈통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저 누구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생활 밀착형 가사와 함께, 한 단어로 내뱉기 힘든 묘한 울림과 뭉근한 존재감을 전해왔을 뿐이다. 그것이 때로는 화려하지 않게 비춰졌을지언정, 그가 하고 있는 음악이 ‘대중음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윤종신이라는 아티스트가 걸어온 길이나 성과가 결코 아무나 쉬이 이룰 수 없는 일임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예전과도 같은 노래를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던 윤종신의 용기가 많은 이들에게 ‘음악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다. 계속되는 발라드 침체 속에서 가요계 큰 형이 내디딘 한 발짝으로 인해, 또 어느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금 주목받게 되기를 빌어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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