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계란은 일상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라는 점에서 주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계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안정성 문제가 또 터진 터라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초등학생·유치원생을 둔 한 40대 주부는 “아이스크림·빵·과자 모두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으니 아이들이 먹을 간식이 없다”며 “앞으로 밖에서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30대 주부 역시 “아이들이 유치원·학교 등에서 계란을 많이 먹는데 정부가 나서 전면적으로 계란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어느 농가 제품을 쓰고 있는지도 전수조사해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
경남 양산의 주부 정모씨는 “가족들이 달걀 음식을 좋아해 평소 프라이 등 계란 반찬을 꼭 넣었었는데 앞으로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빨리 정부 조사가 끝나 안심하고 계란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안해했다.
50대 주부 박모씨는 “계란 30개 한 판 가격이 1만원 정도까지 올라 사 먹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살충제까지 검출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어린이집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호동 어린이집 교사인 김모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계란찜·계란말이 등 계란 음식을 자주 해준다”며 “벌써 엄마들이 전화해 당장 계란 요리를 빼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는 “엄마들이 살충제 계란 뉴스로 불안해할 테니 당장 급식에서 계란을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카페 등에서는 경기도에서 생산된 계란을 구별하는 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경기도 남양주시와 광주시 농가에서 검출된 만큼 경기도산 계란은 일단 피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계란 껍데기에 생산지 시도를 구분해 두자릿수 숫자를 찍게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시도를 구분하는 숫자 2자리와 생산자 이름 영문 약자(영문 3자리) 또는 생산자 명을 나타내는 기호(숫자 3자리)를 포함해 총 5자리로 표시해야 한다. 시도별로 서울은 ‘01’, 부산은 ‘02’ 등으로 표시하는 식이며 경기는 ‘08’이다. 예를 들어 경기 소재 농가에서 홍길동씨가 생산한 계란에는 ‘08HGD’ 식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08번이 새겨진 경기도 계란은 버리라”는 말이 돌고 집에 있는 계란이 ‘08’이 찍힌 경기도산인지 확인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직장인 정모(40)씨는 “구매해둔 계란이 있는데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찝찝하다”며 “정부가 조사한다고 하니 지켜보겠지만 판매가 재개된다고 해도 당분간 계란을 사 먹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살충제 계란’ 파문을 우려하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아이디 aki6****는 “계란은 매일 섭취하는 식품인데 믿고 먹을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디 jkh4****는 “언제부터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판매가 얼마나 됐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아이디 mist****는 “허가 안 된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는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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