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동결 건조한 쥐의 정자를 담은 우주선이 도착했다. 영하 95도에서 냉동 보존돼 약 9개월간 우주에 머물렀던 정자는 지구로 귀환해 난자와 수정을 시켰다. 그 결과 실험용 쥐 12마리에서 추출한 정자로 73마리의 새끼 쥐가 탄생했다. 지구보다 방사선이 100배나 강하다는 우주에서도 정자의 생식능력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우주 정자’가 처음 생명체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우주 개척의 역사는 동물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최초로 우주로 나간 떠돌이 개 ‘라이카’를 비롯해 수많은 동물이 사람을 대신해 위험천만한 우주 비행에 나서야 했다. 특히 생쥐는 인체와 매우 유사한 근육조직을 갖춘데다 신체 변화가 사람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 중력이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관찰하기에 좋은 실험 대상이다. 1960년 8월 스푸트니크 5호에 탑승했던 생쥐는 우주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최초의 동물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험용 동물 2,000마리를 태워 ‘노아의 방주’로 불렸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 승선한 새끼 쥐들은 절반이 죽었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에 적응하지 못한 어미 쥐가 물도 잘 먹지 않고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받았던 ‘생쥐 우주인’ 양성훈련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장기간 ISS에 머물렀던 우주인들의 3분의2가 급격한 시력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우주인 존 필립스는 6개월의 우주 체류를 거치면서 1.0이었던 시력이 0.2로 떨어졌을 정도다. 급격한 체액 변화에 따른 뇌압 상승이 시신경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간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가 14일(현지시간) 화물 캡슐 ‘드래곤’에 생쥐 20마리를 실어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생쥐의 안압을 측정해 우주인들의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생쥐는 한 달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우주 개발의 성과 뒤에는 인류를 위해 희생한 동물들의 공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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