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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백승철 “송중기의 담배 한 개피...시야가 넓고 센스 있는 배우”

영화 ‘군함도’에선 우리나라 전래동요 ‘둥개둥개둥개야’를 들을 수 있다. 조선인 중 어린 소녀가 탈출 중 겁을 먹자 이를 불러주며 안심시키는 이는 ‘둥개 둥개’ 남으로 알려진 배우 백승철(새신랑 역)이다 .

다리 잘린 새신랑은 “나같은 다리 병신도 내려가니까 잘 보고 내려와”라고 말하며 “둥개둥개둥개야···꺽정이 잡힐라” 이런 노래를 한다. 그 구절에서 들을 수 있는 꺽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의적 임꺽정이다. 조선 민초들은 임꺽정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영화 ‘군함도’ 배우 백승철 /사진=지수진 기자




류승완 감독은 ‘둥개둥개둥개야’가 군함도에 있는 징용자들에게 들리면 작게나마 위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노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백승철 배우는 영화 ‘군함도’ 촬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배우들과 뒤풀이가 벌어져 “비도 오고 기분도 좋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노래인데 감독님이랑 배우들 모두가 너무 좋다”고 해서 들어오게 된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배우는 이 장면을 찍으면서 배우 송중기의 센스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군함도’에서 최연장자로 조연 배우들을 이끈 새신랑 역 배우 백승철과의 일문일답이다.

Q. 류승완 감독에 따르면, ‘둥개둥개둥개야’ 노래가 고난이도 목욕탕 장면을 찍고 모두가 다친 사람이 없어서 안심한 후 막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백승철 선배가 기분이 좋으셔서 노랫가락 하나 선사한다고 해서 노래를 불렀는데 배우와 스태프 모두 몰입감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그 노래가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 한창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그러다 저희 장면을 찍는 기간이 아니라 좀 더 긴장을 내려놓고 경호랑 라면 하나 먹고 헤어지던 찰나, 술자리가 생겨서 옴팡 술을 먹었어요. 제 속에 옛날사람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는데, 창을 조금 배웠어요. 힘들어서 나온 노래였는데, 황정민 배우님이 ‘그거 좋다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계속 불러보라고 했어요.

Q. ‘둥개둥개둥개야’ 노래를 장면 속에 넣기로 결정한 뒤 따로 준비한 게 있나?



▶ 그 전에 김성녀 선생님이 이 노래를 부르셨다는 걸 알고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저작권 문제 생기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내비치니까. 선생님이 혹시나 그런 문제 생기면 다 막아줄게라면서 안심시켜주셨어요. 그리고선 ‘그 까짓거 배우가 시나리오에 없지만 자기 역할 만들어보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딴지 거는 그 놈이 문제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말만 믿고 열심히 연습했어요.

남편이신 손진책 선생님도 ‘노래를 잘 하려고 하지 마’라면서 류승완 감독이랑 똑같은 말을 해주셨어요. 두 선생님 앞에서 떨면서 노래를 부른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지인들이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듯 해요.







Q. ‘군함도’ 첫 합격 소식을 듣고는 어땠나?



▶ 맨 처음에는 될지도 몰랐어요. 연극쟁이들이 오디션을 보러가봤자 결국 이삭줍기거든요. 좋은 역할은 이미 다 캐스팅 돼 있고, 대사 한 두 역할 가지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잖아요. ‘군함도’ 같은 경우 저 같은 배우에겐 과분할 정도로 큰 역할이죠.

4월 1일에 ‘군함도’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일을 봐주던 친구에게 온 전화를 받자마자 ‘왜 사람을 놀리냐?’ 면서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 전에 이미 조카들에게 만우절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장난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냐?고 다시 물었더니, ‘형님 진짜입니다. 진짜 캐스팅됐습니다’고 하더군요.

Q. 단순히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사실 외에도 ‘군함도’ 란 영화가 백승철 배우에게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건가?





▶ 저희 외할아버님이 중국 쪽으로 징용을 갔다가 반 죽음이 돼서 돌아왔어요. 해방 된지 얼마 안돼 끌려갔어요. 돌아오셔서 1~2년 있다 돌아가셨어요. 그렇게 50을 못 넘기고 돌아가셨어요.

어머니 외가댁은 강제징용의 폐해를 많이 입은 집안이라 강제 징용 이야기만 들어도 소스라치세요. 저희 어머니 9살 때 해방 되셨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11살 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은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군함도 뿐 아니라 중국 북간도가 됐든 징용은 다양하게 많은 곳으로 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들이 일제 치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징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있어요. 이 강제징용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공론화 됐으면 해요.

Q. ‘군함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년도에도 강제징용 관련 공연을 했다.



▶ 이 전에 ‘청주 아리랑’ 란 공연을 했는데, 강제 징용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충청도 사람들이 북간도로 강제 징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징용 당한 사람들을 다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서 청도 지방은 다 충청도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당시에 어떻게든 돌아오려고 했는데 6.25 전쟁까지 터졌거든요.

‘군함도’ 이 쪽은 탈출 할 수도 없는 고립된 섬이었으니 더 했으면 더 했겠죠. 당시 사진을 보니 인간의 형국이 아니었어요. 진짜 살아있는 사람인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죽은 사람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닌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명감도 좋고 의무감도 좋고 누군가는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어요.

Q. 출연 배우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음에도 신인배우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 영화판 스태프들이 나이가 많지 않아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많이 없어요. 발톱 이빨 다 감추고 예. 예. 그렇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듯 하네요. 촬영이 힘들지 않았냐구요? 별로 안 힘들었어요. ‘군함도’ 촬영하면서 힘들었겠다 했는데, 견딜만하게 춥고, 견딜만하게 더웠어요. 진짜 덥고 진짜 추운 건 일부러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으니까요.

대학로 지하실 캄캄한 곳에서 독수공방 하다가 촬영장에 있다 보니 너무 좋았어요. 어디 가서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연극쟁이입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알고 보면 365일 중 200일은 놀고 있는데, 직업이라고 이야기하기 부끄럽잖아요. 나이 먹을수록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영화 ‘군함도’ 배우 백승철 /사진=지수진 기자


Q. 초반 이후엔 계속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새신랑 역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듯 싶다.



▶ 30회차 절반 정도는 외다리로 찍었어요. 한쪽 발은 스타킹을 신은 채 묶어서 외발인 것처럼 보여야 했어요. 계속 그렇게 묶어놓으면 피가 안 통해서 ‘슛’ 들어갈 때 묶으기도 했는데 군중 들 사이에 있다보면 언제 누가 밟는지도 모르게 발을 밟더라구요. 다른 촬영 어려움보다 그 점이 힘들었어요.

Q. 외발로 탈출 운반벨트에 오르기도 했다.



▶ 탈출하기 위한 운반벨트 그 장면은 송중기씨 때문에 잘 찍을 수 있었어요. 그 장면에서 고정 단역들은 모두 안전고리 하나씩을 걸고 앉아있었어요. 동선이 있어서 카메라에 잡힐 수 있어서 중기씨는 전혀 안전장치 없이 그냥 그 위에서 서 있었어요. 제 차례가 돼서 막상 한쪽 다리를 뒤로 걸고 움직해야 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벨트의 아래를 보니 아찔해졌어요. 순간 몸이 굳어버렸죠. 그 때 바로 ‘슛’ 이 갔으면 힘들었을텐데, 중기씨가 ‘잠깐 잠깐’을 외치고 담배 불을 붙여서 왔어요. 너무 고마웠죠. 중기씨랑 담배 한 개피씩 나눠 피고, 몸이 굳었던 게 풀렸어요.

그때 탈출신에서 확실히 느낀 게 중기씨가 대단히 시야가 넓고 센스가 있는 배우라는 점이요.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당시 상황을 류 감독님이 눈치 못 챘을줄 알았는데, 어느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하셨더라구요. 누가 봐도 담배 한 모금이 절실한 순간인데 중기씨가 캐치해서 조치를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오히려 나이먹고 누군가를 챙기고 싶었는데, 아직은 전 많이 부족 한 배우인가 봅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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