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 급여를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도 기업의 경영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의성실 원칙’이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같은 신의칙 쟁점은 3조원대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등 관련 소송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조모씨 등 5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과거 노사가 정기 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다”며 “근로자가 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유를 들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수당 지급을 구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고법의 판단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한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기업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재확인한 사례다. 이른바 신의칙을 위배하는 추가 수당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18일 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신의칙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을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제2조)이다. 다만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에 관한 사건이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사전에 있어야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근로자의 소급 청구가 기업 경영에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지 여부도 필수요건이다.
광주고법이 신의칙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사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이달 말로 다가온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판결을 보면 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금호타이어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경영 여건이 어려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엿보인다”며 “기아차 소송에서도 회사 경영상태 등 신의칙 관련 쟁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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