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자민당의 장기독주 체제를 깨뜨리기 위한 정계개편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수의 아이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축으로 비(非)자민당 세력을 규합한 신당을 연내에 창당해 양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늦어도 내년 12월까지는 치르게 될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을 꺾고 정권교체를 노려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이케 지사의 측근이자 지난달 정치단체 ‘일본퍼스트회’를 설립한 와카사 마사루 중의원 의원이 지난 11일 야당인 민진당을 탈당한 호소노 고지 중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 창당의 뜻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일본 유권자들이 자민당 1강 구도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제1야당인 민진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며 이같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고이케 지사의 지지세력인 정치단체 일본퍼스트회를 비롯해 자민당 내 반(反)아베파, 보수정당인 일본유신회 등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신당 창당 구상은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가 이끈 ‘도민퍼스트회’가 자민당에 압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는 9월1일 치러질 민진당 대표 선거도 정계개편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진당은 7월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렌호 대표 후임을 두고 마에하라 세이지 의원과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이 맞붙는다고 고시했다. 마에하라 의원과 에다노 전 장관은 각각 당내 양대계파인 보수계와 리버럴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어느 쪽이 승리하든 당 내분으로 인한 민진당 탈당 및 신당 합류 행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과거 자민당 외부세력을 규합한 정계개편으로 정권을 창출한 사례가 두 번 있다. 1993년 일본신당이 돌풍을 일으켜 자민당 과반이 깨지자 자민당과 공산당을 뺀 모든 당이 일본신당 중심으로 연립정권을 구성해 일본 역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어 1998년 6개 야당이 뭉쳐 만들어진 민주당도 2003년 자유당과의 합병을 거쳐 세력을 키운 뒤 2009년 중의원선거에서 일본 헌정사상 최대 의석(308석)을 휩쓸며 집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후 급격히 세력을 잃은 뒤 지난해 3월 유신당과 통합해 지금의 민진당이 됐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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