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서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임원들이 최근 사임하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노조 압박을 수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임원에 대해 인사이동 조치 등 다른 형태로 노조 요구를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는데도 사임까지 가게 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1월 연임을 앞둔 상황에서 노조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윤 회장의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이지만 노조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야간영업 이슈를 놓고도 노조 압박에 KB국민은행 사측이 계속 밀리는 형국이다. 윤 회장은 전날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까지 했다. 윤 회장의 e메일로 노사 간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과거 내부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산 규모 106조원의 BNK금융은 차기 회장 선출이 두 번이나 결렬되면서 한국 금융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후임 회장을 놓고 BNK금융 내부는 내부 인사파와 외부 인사파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쪼개질 대로 쪼개진 조직을 봉합하고 쇄신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등이 확산되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고위인사는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하는 모습을 보니 혁신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낙하산 인사 논란도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BNK금융은 청와대 측이 미는 인사와 내부 인사를 놓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반반으로 갈려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협은행도 행장 자리를 놓고 수개월째 내부 인사냐, 외부 인사냐로 지리한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을 관리 감독할 수장인 금융감독원장에 금융 경험이 전무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억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사 업무와 공직기강 업무에 경험이 많은 김 전 사무총장을 금감원장에 앉히는 것은 금융회사에 대해 과거처럼 군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금융 산업을 육성보다는 ‘감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통 관료가 임명되던 것을 고려하면 새 정부가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금융 산업을 여전히 규제의 틀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86세대’들이 과거 금융 산업에 가졌던 오해가 일련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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