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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임기제.취약한 지배구조…정치권.내부서 틈만 나면 흔들기

■금융지주 회장 부침 왜 되풀이 되나

내외부 결탁 세력 투서 남발

노조도 약점잡아 과도한 요구

경영능력보다 연줄 중시 만연

잔혹사 반복에 경쟁력만 하락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금융지주 회장의 잔혹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 달 BNK금융 회장 선임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의 임기 만료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정권발 금융지주 회장의 흥망성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내홍이 커진 BNK금융이 차기 회장을 외부 인사로 뽑느냐, 내부 인사를 승진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회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BNK금융이 두 번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청와대 등 외부 입김과 내부의 반발이 정면 충돌해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BNK금융의 후임 선임 결과는 나머지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는 데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BNK금융의 결과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년 전 회장과 행장 간 대립으로 내홍을 겪었던 KB금융은 이번에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이 외부로 그대로 표출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에 노사 갈등이 그대로 표출되기는 이례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조 등 내부에서 연임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집안일’을 공개했다는 관측도 있다. KB금융은 노조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관련 임원들이 사의를 했고, 노조 측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는가 하면 윤 회장이 직접 사과 e메일을 보내며 무마시키기 위해 애썼다. 평소 소신파로 알려진 윤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노사 간 잡음을 의식해 노조와 적극적인 화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3년을 정해져 있다 보니 연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과 연계된 내외부 세력들이 지주 회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노조도 이 틈을 타 회장의 약점을 잡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연임을 위해 지주 회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고 은행의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금융권 노조는 은행원의 인사고과 평가 척도가 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금융산업의 과당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은 현실과 역행하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내년 3월 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쓸데없는 잡음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등 운신 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금융당국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받는 등 지주사 전환을 둘러싸고 전 정부와 입장 차가 느껴지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 3월 민간 주주들에 의해 민선 1기로 재선임 됐지만 여전히 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장 연임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보좌진은 청와대나 정치권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부침이 심해지는 것은 강력한 오너십이 부재한 지배구조가 탓이 크다.







시중은행의 주요 주주들의 납입자본금은 전체의 2% 정도로 미미하고 지분 평가를 따져도 10% 미만이다. 이 때문에 주요 주주들이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고 있고 오너가 없는 은행들은 경영진이 사실상 오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권을 뺏긴 상대 진영이 외부 세력인 정치권을 등에 업고 끊임없이 현직 지주 회장을 흔들기 위해 온갖 투서를 남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공기업 등 청와대 인사가 늦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등 인사에서 청와대가 그동안 참고했던 국정원 인사정보 대신 경험이 많지 않은 경찰 인사스크린 내용을 참고하다 보니 인사가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확실하게 금융권 인사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NK금융은 이장호·성세환 전 회장 등 CEO 교체기마다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내부혁신에 실패해 외부개입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관치가 과거보다는 해소됐다고 하나 아직도 우리 금융은 관치 틈 바구니 속에 있는데다 금융지주의 여건 역시 지배구조 취약성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정권의 입맛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논하지만 실상은 이게 우리 금융의 현주소”라고 토로했다. 한 전직 관료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으로 철저한 검증 없이 CEO를 맡게 되면 은행 경영을 부실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 사례처럼 임추위가 선임을 하더라도 당국의 적정성 테스트(fit & proper test)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선진적인 회장선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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