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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공론조사 개시…'권고안' 후유증 걱정된다

탈원전 공론화의 첫 관문인 여론조사가 지난주 말부터 시작됐다. 공론화위원회는 다음달 8일까지 보름 동안 국민 2만명을 대상으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전화 여론조사에 착수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국민 가운데 선정된 500명의 시민참여단은 한 달 동안 숙의 과정을 거쳐 세 차례의 공론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10월20일 원전 운명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하게 된다. 정부는 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론위의 권고안은 탈원전 여부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차대한 권고안 작성 과정과 방식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론위 측은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로 명확하게 표기할지, 아니면 단순 조사 결과만 담을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눈치 보기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앞서 탈원전 여부의 결정 주체를 놓고도 정부와 공론위가 핑퐁을 치듯 해 혼선을 가중시킨 바 있다.

공론화 방식의 정책 결정을 두고 그동안 여러 문제점이 노출돼왔다. 백년대계라고 할 에너지 정책에서 전문가를 배제한 것부터 잘못이다. 여론몰이에 휘둘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이 2박3일 동안의 합숙을 포함해 한 달의 학습 과정만으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전반을 이해하기는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 공론위가 의도와 달리 시민조사단에 제공할 정보의 편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년 내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거나 전력수급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일방적 홍보는 이런 의구심을 낳게 한다.



원전 정책의 분수령이 될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마당인데 공론위가 권고안이 요식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 모르겠다. 섣부른 탈원전 공론화가 초래할 후유증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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