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의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존이 야속하기는 했지만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사진)이 포스트시즌(PS) 선발 기회가 걸린 중요한 시험 중 하나를 그르쳤다. 그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에서 선발 4이닝 8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으로 6실점 해 평균자책점이 3.34에서 3.71로 치솟았다. 6점은 올 시즌 개인 최다 자책점. 0대6으로 뒤진 5회 초 타석에서 교체된 류현진은 다저스가 4대6으로 지면서 시즌 7패(5승)째를 기록했다. 지난 6월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86일 만의 패전이다.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다저스(91승40패)에 이어 2위(75승58패)를 달리는 강팀. PS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은 PS 선발진에 발탁될 경우 애리조나 원정에 투입될 확률이 높은데 그런 면에서 이날 모의고사에서 내준 3홈런은 아쉬움이 더 크다. 한 경기 3피홈런은 올 시즌 세 번째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4이닝 만에 강판당한 것도 후반기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구심은 류현진 편이 아니었다. 0대3으로 뒤진 3회 2사까지 잘 잡은 류현진은 5번 타자 JD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낮은 코스에 예리한 공을 꽂았다. 앞서 상대 선발투수 로비 레이가 던졌을 때는 스트라이크를 잡아줬던 공이었는데 이번에는 볼 판정을 내렸다. 류현진은 석연치 않은 볼넷 이후 바로 가운데 담장을 직접 맞히는 적시타를 허용, 4점째를 내줬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크리스 테일러가 잡을 수도 있는 공이었다.
그러나 구심과 동료 탓을 하기에 앞서 류현진의 제구가 이날은 영 좋지 못했다. 최근 6경기 평균자책점 1.54를 찍던 모습과 차이가 컸다.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번 타자 애덤 로살레스에게 밋밋한 초구 커브를 공략당해 홈런을 맞았고 볼넷 뒤 4번 폴 골드슈미트에게 날카롭지 못한 직구를 통타당해 좌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역시 초구였다. 골드슈미트는 이날까지 류현진 상대 타율 0.429(21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을 올린 치명적인 천적이다. 류현진은 4회에 와르르 무너졌다. 8번 크리스 허먼에게 맞은 중월 솔로포를 시작으로 연속 3안타를 얻어맞았고 2사 3루에서 또 적시타를 허용했다.
‘약팀에만 강하다’는 인식을 깨지 못한 류현진은 “1회 피홈런 2개는 모두 실투였다. 초구부터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와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홈런을 맞은 공 3개가 모두 가운데로 몰렸다. 전반적으로는 공이 높았다”면서도 “오늘은 안 좋은 날들 중 하루였을 뿐”이라는 말로 다음 등판을 기대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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