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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수사 딜레마 빠진 경찰] 소년법 악용 갈수록 잔혹해지지만..."인권보호" 체포·동행땐 온갖 제약

[경찰팀 24/7]

'부모 동석' 등 경찰 직무규칙에

미성년자 신속한 체포·조사 못해

자칫 성인수준 수사땐 역풍 우려

청소년 사리분별력 등 향상 불구

60년간 14세미만 처벌금지 문제

"처벌연령 기준 낮춰야" 목소리

교도소서 더 큰 범죄 배울 가능성

"법 개정땐 되레 부작용" 지적도

사회안전망 강화해 재범 막아야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가해자들 가운데 한 명인 A양은 13세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흉악범죄 피의자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형법이 14세 미만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기준이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 폐지 관련 국민청원이 쇄도해 지난 3일 이후 총 25만여건(8일 기준)을 넘어섰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최근 “소년법 개정을 검토해보겠다”고 나섰고 국회의원도 잇달아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에 대한 법 적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청소년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실제 법무연수원의 2015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4년 소년 10만명당 범죄자 수는 1,172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 760명보다 54.2%나 늘었다. 또 소년 피의자의 재범률도 2006년 28.9%에서 2015년 42.6%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범죄 유형 역시 이번 부산 여중생 폭행처럼 점차 잔인해질 뿐만 아니라 감금 후 성매매 강요 등 성인범죄 뺨칠 정도로 흉폭해지고 있다.

소년법 개정 요구의 핵심은 미성년자 나이 기준이다. 현재 19세 미만의 소년은 형법 9조에 따라 만 14세를 기준으로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으로 나뉜다. 촉법소년은 만 14세 미만, 범죄소년은 만 14세 이상이다.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부로 송치해 봉사활동이나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한다. 18세 미만 미성년자인 범죄소년도 형법이 아닌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형에 불과하다. 인천 여아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 대신 특정강력범죄법이 적용되지만 이마저도 최대 징역 20년으로 성인에 비해 처벌이 관대하다.

문제는 최근 범죄를 일으키는 소년들이 소년법을 악용한다는 점이다. 초등학생 여아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낸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B양은 최근 재판에서 “미성년자 신분이 유지되는 올해 12월까지 재판이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3월에는 전북 군산 등에서 지적장애인 C씨(22)를 감금 및 폭행하고 절도까지 강요한 D군(16)이 “미성년자라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부분 형사처벌 금지 미성년자 기준을 12세로, 소년법 적용연령을 18세 미만으로 1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세 미만의 범죄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금지하는 형법은 1953년부터 60년 이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청소년의 사리분별 능력과 신체발달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년범죄를 현장에서 직접 수사하는 경찰 역시 미성년자에게는 범죄혐의 입증보다 교화에 초점을 맞추고 인권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경찰 직무규칙 제73조에는 ‘소년을 수사할 때 처벌보다 지도·육성·보호가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경찰의 소년업무규칙에 따르면 소년범을 조사할 때는 소년 또는 보호자가 요청할 때 소년의 가정·학교 또는 직장 등을 방문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도 소년범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김모 경사는 최근 폭행 혐의로 박모(17)군을 붙잡았지만 성인과 달리 부모나 신뢰관계자를 동석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신속하게 조사할 수 없었다. 또 다른 경찰서 소속 박모 경사는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16)군을 조사하려 했지만 기말고사 기간이라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체포 또는 동행 때는 시기와 방법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규칙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부산 여중생 사건에서 부산 사상경찰서의 수사태도가 비난받고 있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교화와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성인과 같은 수준의 수사절차를 밟으면 오히려 강압수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성인에 비해 판단능력과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소년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적용 나이를 낮추거나 형량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년보호재판을 수년간 담당해온 한 판사는 “소년교도소에 들어간 청소년들이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물들어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며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재범을 막고 청소년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인도하는 것이 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우인·박진용·진동영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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