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단둘이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일정표를 인용해 옐런 의장이 지난 7월17일 연준 본부건물에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한 시간 동안 조찬회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이 공식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일원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사람 간 만남은 이방카가 여성의 경제 분야 참여에 관한 옐런 의장의 연설문을 읽고 먼저 연락을 취해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방카는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너무나 많은 여성이 일과 가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옐런 의장의 브라운대 연설문을 인용하며 공감을 나타낸 바 있다.
연준 대변인과 이방카 측 대변인 모두 당시 만남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연준 의장-대통령 장녀 왜 만났나
차기 의장·경제 등 공감대 형성
옐런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만남’ 이후 태도 180도 달라져
외신들은 옐런 의장과 이방카의 회동에서 차기 연준 의장 선임과 관련된 모종의 의견교환이 있지 않았겠냐는 해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이방카와 100년 연준 역사상 첫 여성 수장에 오르며 ‘유리천장’을 깬 여성의 대표적 존재로 부각된 옐런 의장 사이에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여걸의 회동 이후 옐런 의장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묻는 질문에 “옐런도 잘하고 있고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유력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옐런 의장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돕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데서 180도 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당시 적잖은 궁금증을 일으켰다. 옐런 의장은 지금까지 공개석상에서 “내년 2월 초로 예정된 의장 임기를 완전히 채우겠다”며 임기 중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두 번째 연임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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