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총집합된 비만 신약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학회에서 임상 1상 결과를 첫 공개한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계열 삼중작용제 'HM15275'가 글로벌 비만치료제 ‘투 톱’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보다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임주현 부회장은 학회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한미약품의 R&D 경쟁력을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후 재무안정성과 수익성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ADA 2025에서 현재 개발 중인 비만 신약 3종을 공개했다. HM15275와 HM17321 등 총 6건의 전임상 및 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HM15275는 체내 GLP-1, GIP, GCG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삼중작용제다. 현재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타깃하는 기전의 신약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작용제, 젭바운드는 GIP·GLP-1 수용체에 모두 작용할 수 있는 이중작용제다. 한미약품은 삼중작용제를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해 기존 약 대비 차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1상 결과도 긍정적이다. 건강한 성인 및 비만 성인 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HM15275를 주 1회 피하 주사 방식으로 4주 동안 반복 투여한 최고 용량군(0.5-2-4-8㎎)은 29일차에 위약 대비 평균 4.81%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 가장 많이 체중이 줄어든 참여자는 43일차에 10.64%나 감소했다. 이문희 한미약품 GM임상팀장(상무)은 “4주 투약에서 확인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8㎎ 이상 높은 용량을 포함한 장기 투여 임상 2상을 연내 시작할 계획”이라며 “기존 비만 치료제들의 효과를 압도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동물모델 연구 결과 HM15275를 반복적으로 투약하면 위고비나 젭바운드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높았다. 이중작용제인 젭바운드를 투여하다가 HM15275로 약을 바꿨을 때 추가적인 체중 감량 효과도 확인됐다. 식욕 억제 뿐만 아니라 에너지 대사 촉진을 돕는 HM15275의 삼중 작용 기전이 체중 감소를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려주는 또다른 혁신신약 ‘HM17321’에 대한 비임상 연구 결과 3건도 발표했다. HM17321은 마우스 모델 외 ‘비인간 영장류 모델(원숭이)’에서도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와 체성분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근육량 증가에 따라 기초대사량이 늘어나 근육이 실질적인 대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단순히 체중을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질적 개선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HM17321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을 조절해 ‘2형 당뇨병 치료제’로의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은 “한미약품의 비만대사 분야 연구 역량과 개발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전세계 의약품 시장이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프런트 러너(Front Runner)’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인 임주현 부회장도 R&D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 부회장은 20여 명의 연구진과 함께 이번 ADA 2025에 참석해 한미의 지속가능한 R&D 비전에 힘을 실었다. 앞서 임 부회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미국암연구학회(AACR)에도 동행하며 글로벌 경쟁력과 인지도 제고 의지를 보여줬다.
1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고 실적도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올 3월 김재교 대표이사가 취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는데 2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였다. 한미사이언스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383억 원, 영업이익은 346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9.4%, 30.7% 증가했다.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은 60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 고혈압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 등 개량·복합신약 등의 성장세가 지속됐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의 14% 수준인 504억 원을 R&D에 투입했다”며 “하반기에도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를 다양한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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