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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 독무대] 코리아 뮤지컬, 진화하는 브로드웨이 도전공식

■ 국내 뮤지컬 '꿈의 무대 개척기'

'명성황후' 한국 뮤지컬 최초 입성

호평 불구 손익분기점은 못 넘어

최근엔 유럽·亞 거쳐 우회 공략

'공동프로듀서' 방식 수익 확대 등

기획부터 세계 진출 맞춤형 제작

'킹키부츠'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연간 14억4,900만달러(2016~2017 시즌 기준·뉴욕 극장주·프로듀서 연합인 브로드웨이 연맹)에 달하는 시장 규모, 1,327만명이 찾는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은 전 세계 모든 프로듀서들에게 꿈의 무대다. 시장 규모도 최고, 제작 환경도 최고지만 무엇보다 비영어권 뮤지컬 프로듀서들에게 브로드웨이가 꿈의 무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고전 뮤지컬 위주의 시장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런던 웨스트엔드와 달리 브로드웨이는 도전이 용이한 미국 특유의 창업 환경이 더해지면서 신작 뮤지컬의 데뷔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도전이 쉬운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 올 초 화려한 제작진으로 화제를 뿌렸던 뮤지컬들 중에 이미 조기 폐막한 작품들이 있다. 뮤지컬 ‘마틸다’의 작곡가 팀 민친과 연출가 매튜 워처스 콤비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는 흥행 부진으로 상연 5개월 만에 조기 종연을 결정했다. 또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두며 토니상 시상식 당시 여러 부문 후보로 올랐던 ‘그레이트 코멧(The Great Comet)’은 스타급 싱어송라이터인 조쉬 그로반이 하차하자마자 티켓 판매율이 바닥을 치더니 배우 교체로 구설이 이어지면서 결국 지난 3일 종연에 이르게 됐다.

명성황후 연출가인 윤호진 에이콤 인터네셔날 대표 /송은석기자


이 같은 냉혹한 시장에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프로듀서들도 수차례 도전장을 냈다. 한국에서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을 개척한 사람은 단연 ‘한국 뮤지컬 연출의 대부’ 윤호진 에이콤 대표. 그는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 한국 창작뮤지컬의 신화가 된 이후 세계 시장을 향한 꿈을 키웠다. 뉴욕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링컨센터의 문을 끈질기게 두드린 끝에 한국 뮤지컬 최초로 ‘명성황후’를 20년 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놓기에 이른다. 윤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막이 오르기 전까진 링컨센터 극장장 눈치가 보여 피해 다녔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막이 오르고 뉴욕타임스에 공연이 소개되면서 현지 관객들이 물 밀 듯이 들어왔고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당당하게 입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전적 손해가 컸다. 초연인데도 63만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것은 대단한 성과지만 16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었으니 절반은 빚으로 남게 된 셈이다. 쓰디쓴 첫 진출 이후에도 그는 2011년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히어로)’으로 또 한 차례 ‘독립운동 하듯’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또 한 명의 돈키호테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신 대표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등 숱한 작품을 히트시킨 국내 뮤지컬계 ‘간판급’ 프로듀서지만 브로드웨이에서만큼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나 미국 국내 투어 이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지 못했고, 2014년 미국의 힙합 전설 투팍(2Pac)의 음악을 뮤지컬로 만든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와 2015년 ‘닥터 지바고’로 끝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지만 흥행에 실패, 조기 종연했다.

하지만 신 대표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11월 뮤지컬 ‘타이타닉’을 국내 초연하고 2018~2019년 시즌 브로드웨이에 재도전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신 대표의 도전 방식은 성패를 떠나 ‘로컬’의 텍스트가 아닌 보편적인 텍스트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 방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그전까지 프로듀서들이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신 대표는 이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것이다. 국내 뮤지컬계 글로벌 사업이 해외 우수 콘텐츠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국내에 선보이는 것에서 시작해 국내 창작뮤지컬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한국 버전의 넌레플리카(원작에서 극본과 음악만 구매하는 방식) 공연을 역수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면 이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모델도 자리 잡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삶을 다룬 ‘마타하리’를 창작 뮤지컬로 선보인데 이어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를 제작 중인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이 같은 전술의 선두주자다. 엄 대표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소재를 고르는 데서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창작·제작진을 끌어모아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 브로드웨이 등 주요 시장으로 직진출을 꾀하는 대신 유럽, 아시아 등을 거치는 우회 전략을 편다는 점 등에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진출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사진제공=CJ E&M


국내에서 축적한 제작·투자·배급 경험을 바탕으로 브로드웨이에 이식하는데 성공한 CJ E&M의 사례는 브로드웨이 진출 방식의 스펙트럼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휩쓸고 런던 웨스트엔드에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 ‘킹키부츠’는 CJ E&M이 제작단계부터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CJ E&M은 한국에서 쌓은 프로듀싱 역량과 브로드웨이 네트워크를 결합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는데, 실제로 킹키부츠가 초연한 2013년 당시 데뷔전을 치른 공연 14편 중 1년 이내 종연한 작품이 8편으로 60%에 육박하고 현재까지 공연 중인 작품은 ‘킹키부츠’가 유일하다. 특히 킹키부츠가 누적매출 약 2억5,000만달러, 매주 100만달러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 프로듀서로서 일정 지분을 보유한 CJ E&M으로선 킹키부츠 같은 성공사례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수익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CJ E&M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2년부터 뮤지컬 ‘어거스트 러시’의 리드 프로듀서로 작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어거스트 러쉬’는 아예 CJ E&M이 리드 프로듀서로서 작품 기획과 제작을 주도, 전 세계 공연권을 소유하게 된다. 2020년 브로드웨이 개막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워싱턴D.C, 시카고 등에서 리저널 트라이아웃(브로드웨이 진출의 사전 단계로 진행하는 지역별 공연)을 진행하게 됐는데 벌써 지역 공연장의 파트너십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이렇듯 꿈의 무대를 향한 한국 뮤지컬계의 도전은 다양한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부 교수는 “과거에 한국 뮤지컬계가 가지고 있던 해외 진출 방식이 1차원적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하게 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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