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만분의1. 길을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는 것보다 더 낮은 확률이다.
1부터 45까지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만 맞히면 되는 이 확률만 넘어선다면 누구나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로또.
15년 전 당첨금 상한선이 없는 로또의 등장은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서민들에게 말 그대로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달콤한 매력이었다.
사행성 논란이 일면서 이월이 제한되고 한 게임당 비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어들며 판돈(?)이 작아지자 ‘광풍’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로또 당첨은 여전히 꿈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800회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온 로또는 그 횟수만큼이나 많은 화젯거리를 남겼다. 뭐니 뭐니 해도 로또 1등의 전설이 된 한 경찰관의 사연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당첨금 407억2,295만원.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317억6,390만원. 지난 2003년 4월12일 제19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나온 이 금액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이다. 한국 복권 사상 최고액이기도 한 이 엄청난 대박은 정부가 구매액을 늘리거나 이월 제한을 풀지 않는 이상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로 남았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1등이 된다면 100억원쯤은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로또판매점을 드나들던 많은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할 엄청난 사건(?)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자그마치 7억5,870만달러, 우리 돈으로는 8,548억원. 대기업 실적 발표나 재벌 총수들의 재산 공개 기사에서나 접해볼 법한 이 금액을 미국 복권 파워볼의 당첨금으로 받게 된 한 평범한 여성의 등장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쏟아졌다.
언제 어디서 칠지 모를 벼락을 8번 연속으로 맞아야 한다는 2억9,200만분의1의 확률을 뚫어낸 주인공은 올해 53세인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메디컬센터 직원 메이비스 웨인치크다.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을 거부하고 세금 40%를 뗀 3,800억원을 한 방에 받기로 한 그는 “휴가가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32년간 몸담은 회사에 사표를 던져 수많은 로또 마니아를 전율하게 했다.
‘인생 역전’. 풀어보면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는 의미다. 주말이면 명당이라는 로또판매점은 발 디딜 틈이 없고 당첨 번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 ‘뒤집어져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월급과 자식 성적 빼고는 다 오른다는 푸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실. 허리띠를 졸라매 봐도 뛰는 전셋값과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로또 없이 어떻게 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보통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1등 평균 당첨금도 세금을 떼고 나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정도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때마침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던 청와대의 고위 참모진 절반이 다주택자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불편한 두 소식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로또 말고는 딱히 기댈 구석이 없는 많은 사람의 한숨이 더 깊어질 것만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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