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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는 비상근, 학자로서 말한 것...정책 혼선, 송 장관에게 물어보라"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 인터뷰

강한 수위 발언에도 靑 신임 두터워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설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1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송도=권욱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9일 전날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학자로서 말한 것”이라며 “청와대 특보는 비상근직일 뿐”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특보는 이날 인천 송도 연세대 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조율이 안 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송 장관에게 물어보라”며 말을 아꼈다.

송 장관은 전일 발언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 조치를 받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송 장관에 대해서만 주의를 주고 나서자 정권 출범 초기 논란이 됐던 문 특보 ‘상왕론’이 다시 떠올랐다.

문 특보는 중요한 시점마다 강한 발언으로 외교안보 라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한미동맹의 의미’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미국과 상의할 수 있다”고 발언해 청와대의 경고를 받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임시배치된 뒤에는 “우리가 싫으면 철수할 수도 있고 작동을 유보할 수도 있다”며 “한미동맹이 절대 불가침의 신성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논란이 된 발언들에 대해 학자로서 할 말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내외에서 문 특보의 발언이 우리 외교안보 라인을 대변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앞서 뉴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질문자는 그를 ‘특보’라고 호칭했다. 이에 문 특보는 “특보가 아닌 교수로 불러달라”며 “나는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정책 결정 라인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문 특보는 왜 이렇게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일까. 역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 특보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의 설계자로 불린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북아시대위원장’을 맡아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수립에도 관여했다.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1·2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장,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대통령 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요직 하마평에 수시로 오르내릴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문 특보는 이때부터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문 특보는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주권국가로 인정해주는 것,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미국이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인연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캠프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대 대선에서 문 특보는 직접적으로 캠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발탁됐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등 ‘연대 정외과’ 라인의 좌장 격으로 평가됐다.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TF 단장과 함께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도 문 교수의 표정은 담담했다. 문 교수는 이날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송 장관은 그런 얘기를 해놓고 지금 얼마나 괴롭고 미안하겠냐”며 “나도 그런 일을 많이 당해봐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송 장관의 발언으로 정책에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송 장관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공을 넘겼다. ‘앞으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갈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인천=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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