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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 종영] “웃는데 왜 눈물이”…임시완X임윤아X홍종현, 짠내나는 해피엔딩

40회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왕은 사랑한다’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실존 인물의 삶을 담은 데다 원작 소설이 있는 만큼 드라마의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궁금한 이들이 많았을 터. 주인공들의 선택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결국 희생하는 것이었다. 배우들은 마지막까지 세심한 연기력으로 애처로운 감정선을 살려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세자빈 왕단(박환희 분)을 대신해 은산(임윤아 분)이 독차를 마신 이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왕린은 비연(박지현 분)을 만나 해독제를 건네받았고, 송인(오민석 분)에게 끌려간 은산을 구하기 위해 왕원(임시완 분)과 왕린(홍종현 분)이 함께 궁을 나섰다.

/사진=MBC ‘왕은 사랑한다’




은산은 독차를 마신데다 송인에게 목숨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도 의연했다. 세자빈이 독차를 마신 줄 알고 있던 송인은 세자의 어머니부터 부인까지 자신이 없앴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아가씨의 목숨과 세자빈의 해독제 중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하겠다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으나 사실 은산이 독차를 먹었다는 것을 알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석(박영운 분)은 자신이 해독제를 넘겨줬다고 말하며 왕의 금인도 넘겨주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셔온 주인에게서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무석은 “이 나라 고려를 위한다는 말을 듣고 따랐는데 원에 고려를 넘긴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인에게 화살을 겨눴다. 그러나 무석이 잠시 망설인 순간 송인이 곧장 반격했고, 결국 숨을 거뒀다.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왕린을 두고 혼자 길을 떠난 왕원은 드디어 송인과 마주쳤다. 그러나 송인의 도발대로 칼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왕원을 쫓아온 왕린이 송인에게 화살을 겨눴고, 심장에 정확히 화살을 쐈다. 가장 악랄하고 잔인했던 악역의 최후였다. 왕원과 왕린은 바닷가 근처에 쓰러져 있는 은산을 발견해 해독제를 먹이고 궁으로 돌아왔다.

왕원은 원나라 사신 앞에서 충렬왕의 명을 받아 반원세력의 수장을 처리했다며 나섰다. 죽기 전에 송인이 부적에 대해서 자백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금인은 오리무중인 상황. 원나라 사신은 전쟁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긴 교지를 펼쳐 보이면서 금인의 행방을 물었다. 이들이 납득할만한 반원세력의 수장을 넘겨주기 전까지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였다.

은산은 송인에게서 금인이 어디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왕원과 왕린은 은산을 따라 길을 떠났다. 왕원은 “눈만 봐도 거짓말하는 것임을 아는 사이가 됐다”고 독백하면서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을 했다. 그러면서 은산과 왕린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 지독한 사랑을 접게 되는 순간이었다.

반원세력의 수장으로 위장하기로 마음을 먹은 왕린은 은산과 이별 준비를 했다. 금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며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내 사람을 만들 욕심을 내서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왕원도, 왕린도, 은산도 쉽게 잠을 들 수 없는 밤이 지나갔다.

이후부터 이승휴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왕전(윤종훈 분)이 왕린의 은신처를 안다며 보고했고 세자는 호위부대로 하여금 죄인을 추격하게 했다. 죄인의 행낭에서는 금인이 발견 됐고, 죄인은 활에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주상은 세자의 공을 기특하게 여겨 왕위를 물려줬다. 이후 강 하류에서 죄인의 시신이 발견됐고 어느 여인이 유골을 찾아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까지가 이승휴의 기록이었다. 왕린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왕원이 두 사람을 위해 꾸민 일들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왕린과 은산이 도성에 남아있기는 힘든 일이었다. 두 사람은 왕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났다. 결국 사랑은 은산과 왕린 사이에서 이뤄졌다. 왕원은 쓸쓸한 눈빛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진=MBC ‘왕은 사랑한다’




충선왕이 된 왕원은 즉위 후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눈부신 개혁 정치를 펼쳤다. 그런 뒤 왕위를 선왕에게 다시 돌려주고 원나라로 향했다. 이후 10년 동안 고려 땅에 돌아오지 않았다. 왕원, 왕린, 은산의 모습이 담긴 그림 위로 왕원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이것은 너를 나보다 더 사랑해버린 나의 이야기”였다.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팩션 멜로 사극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우리나라 최초 혼혈왕인 충선왕(왕원)에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아름답고 처연한 인연이 있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담았다.

충선왕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주 내용은 결국 사랑의 향방이었다. 가장 큰 권력을 지녔지만 사랑만은 얻지 못한 왕원과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도 한 여자 때문에 가슴앓이 하던 왕린, 두 사람을 향한 마음 한 번 시원하게 표현하지 못한 은산이다. 우정과 사랑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이들의 반쪽짜리 해피엔딩은 마지막까지 감성을 자극했다.

다만 사전제작 드라마인데다 현실과 원작이 바탕에 깔려 있음에도 전개가 촘촘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송인이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나 은산이 얻은 금인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치밀함은 다소 떨어졌다. 또한 임시완, 임윤아, 홍종현 모두 주연이기는 하나 타이틀 롤을 맡은 임시완의 존재감이 100%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임시완은 고려와 원의 피를 동시에 받은 세자로서 쉽지 않은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반항,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분노, 우정과 사랑 사이 받은 상처 등을 마치 단계별로 조절하듯 섬세하게 연기했다. 아이 같은 웃음부터 실핏줄 가득한 눈물 연기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임윤아와 홍종현의 재발견도 있었다. 임윤아는 현대극뿐만 아니라 사극까지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역할의 특성상 대사가 많지 않고 감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많았음에도 오로지 눈빛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직접 감정을 전하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것이 없을 텐데도, 눈빛에 담긴 풍부한 감정으로 여주인공의 개연성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홍종현 또한 지난해 방송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후 배우로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둘 다 고려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지만 홍종현의 연기력은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벗을 아끼고 존경하면서도 좋아하는 여인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마음을 묵직하게 전달했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 후속으로는 한예슬, 김지석 주연의 ‘20세기 소년소녀’가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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