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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페르소나 논 그라타





2009년 2월22일 미국에서 개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관왕에 오른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 주인공 자말이 호주 외교관 집에서 일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말은 다른 하인들과 달리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오로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 끝에 테일러 대령의 신뢰를 얻게 된다. 이후 테일러는 외출할 때마다 자말과 함께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테일러는 아무도 몰래 어디론가 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오는 일이 잦아졌다. 자말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내막을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말은 테일러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고 인도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근거로 테일러 대령을 기피인물로 지정해 국외로 추방했다. 이른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조항이다.

이는 라틴어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외교용어다. 1964년 발효된 빈 협약 9조에는 각국이 자국에 파견된 외교관의 전력에 문제가 있거나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벗어난 행동을 할 경우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통보를 받은 파견국은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해임하는 게 관례다. 해당 외교관은 정해진 시간 내에 주재국을 떠나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해 말 미국이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자 러시아는 미국 공관 직원 755명을 내쫓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은 198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나치 장교 복무 전력 때문에 서유럽 국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대사 추방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와 페루·쿠웨이트에 이어 스페인도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자국 주재 북한대사를 기피인물로 규정해 추방을 결정했다. 북한을 외교·경제적으로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서다. 모쪼록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북한의 도발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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