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 중 최고 부자인 릴리안 베탕쿠르 프랑스 로레알그룹 상속녀가 2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베탕쿠르와 그의 가족은 로레알그룹 지분 33%를 가지고 있어 향후 지분구도에 변동이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메예르 등 유족은 21일 성명에서 고인이 전날 밤 파리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베탕쿠르는 선친인 외젠 슈엘러가 지난 1907년 창업한 로레알에서 15세 때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며 1957년 아버지가 별세한 뒤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로레알그룹은 급성장해 랑콤·메이블린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인 회사가 됐으며 베탕쿠르는 자산 395억달러(약 44조7,535억원)를 보유한 세계 14위, 여성 1위 부호에 올랐다.
베탕쿠르는 사생활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2007년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등과의 스캔들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딸 프랑수아즈가 바니에가 예술활동을 한다며 베탕쿠르를 꼬드겨 10억유로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을 빼돌렸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바니에가 빼돌린 재산에는 피카소와 마티스의 회화 등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에 걸려 판단력을 잃은 베탕쿠르는 바니에를 적극 보호했지만 바니에는 결국 혐의가 인정돼 2015년 징역 3년과 벌금 35만유로를 선고받았다. 아울러 측근과 재산관리인 10여명도 함께 베탕쿠르를 속인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프랑스 상장사 중 4위 규모인 로레알그룹의 지분은 베탕쿠르와 그의 일가 33%, 스위스의 식품업체 네슬레가 23%를 갖고 있어 향후 일부 변동이 불가피하다. 다만 베탕쿠르 일가와 네슬레 양측은 최소 6개월간 지분을 확대할 수 없도록 합의한 상태여서 당분간 지분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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