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북구에는 ‘이인성 사과나무거리’가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이곳 대구미술관은 추석 연휴를 맞아 4개의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인성의 명작 ‘사과나무’를 비롯한 근현대 미술가 25명의 160점 풍경화를 통해 풍경을 대하는 태도와 변화를 보여주는 ‘풍경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인성 사과나무거리’ 이름의 계기가 된 1942년작 ‘사과나무’는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사과를 담고 있다. 사과가 어찌나 탐스럽게 달렸는지 가지가 휠 듯하다. 자연의 풍요를 보여주는 푸름과 땅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음이 대조적이지만 두 색은 동그란 사과 안에도 공존한다. 세잔은 그림자와 음영처리를 검은색 대신 보색으로 처리했는데, 보색인 적색과 녹색으로 그린 이인성의 사과는 인상주의적 화풍이 느껴지면서도 독자적이고 토속적이다. 나무 아래로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이 보인다. 그 곁을 지키는 수탉은 해방의 새벽을 알리며 홰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지.
이 그림은 완성된 그 해 대구 명덕초등학교에 기증됐고 이후 1972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맡겨졌다. 40년이 지난 2012년 이인성 탄생 100주년전을 개최한 미술관 측은 대구시교육청 등 소장처의 요청을 받아 그림을 대구로 돌려보내 현재는 대구미술관이 위탁관리 중이다.
대구미술관에서 한창인 기획전 중 독일 현대미술그룹 ‘칼립소’와 미디어 아티스트 권혁규가 참여한 ‘NEGUA & VSP_빛과 소리’는 과학기술과 결합된 현대미술 전시로 신선하다.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 홍순명은 개인전 ‘장밋빛 인생’을 통해 ‘사이드 스케이프’ ‘메모리 스케이프’ ‘사소한 기념비’ 등 최근 10년의 주요 연작 100점을 대규모로 보여준다.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로 작가 안동일의 개인전도 연휴기간 만나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