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국 대표 헤지펀드사 트라이언의 압박에 굴복해 이사직을 내줬다. 투자 2년 만에 이사회 진출에까지 성공한 트라이언은 제프리 이멀트의 뒤를 이은 GE의 새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GE는 9일(현지시간) 건강 문제로 사임하는 로버트 레인 이사의 빈자리를 트라이언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에드워드 가든이 메우게 됐다고 밝혔다. GE가 지난 6일 27년간 재직했던 베스 콤스톡 부회장 등 임원 3명의 사임 소식을 밝힌 지 사흘 만에 나온 발표다. 가든 신임 이사는 이날 서면을 통해 “다른 주주들처럼 나 역시 최근 GE의 실적에 실망해왔다”며 “하지만 GE의 잠재적 개선 능력이 상당하므로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크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동주의 투자가인 트라이언은 이로써 GE에 지분투자를 한 지 2년 만에 이사회에 진출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트라이언은 2015년 GE에 25억달러(약 2조8,400억원)를 투자했으며 현재 0.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언은 투자 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6개월 전부터 이사 자리를 요구했으나 당시 CEO였던 이멀트가 최종 결정을 회피하면서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멀트가 8월 초 물러나고 존 플래너리가 신임 CEO로 부임하면서 트라이언의 요구가 마침내 받아들여졌다.
이사직을 꿰찬 트라이언은 GE 측에 실적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비용절감 등을 요구하며 거센 입김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플래너리 CEO가 이멀트 전 CEO 측근이었던 임원들을 물갈이하는 등 ‘전임자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 맞물려 GE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멀트가 GE를 이끌었던 지난 16년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18% 오른 반면 GE 주가는 36% 하락했다”며 “이번 이사 교체로 트라이언은 사측에 더 강력한 비용 감축 등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가든이 GE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넬슨 펠츠 트라이언 CEO와 프록터앤드갬블(P&G) 간 위임장 대결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P&G 지분 1.5%를 보유한 트라이언은 10일 P&G 정기주총에 펠츠 CEO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한 상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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