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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아파트 先분양 後분양





1989년 주택 200만가구 공급 계획 발표에도 좀처럼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 5개 신도시에 대해 예외적으로 착공 전에도 아파트를 사전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땅 한 삽도 파지 않은 허허벌판 상태에서 아파트를 팔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해 말 분당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1992년까지 4년에 걸쳐 공급된 5개 신도시 아파트 26만4,000가구는 모두 이 지침에 따라 전무후무한 ‘사전 분양’ 방식으로 공급됐다. 1978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선분양 제도를 도입한 후 지켜온 ‘선(先)착공 후(後)분양’ 원칙마저 깬 파격적 조치였다.

선분양 제도는 절대적인 주택 부족을 겪던 1980년대 공급 확대와 집값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전세제도와 맞물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선분양 대신 준공 후 아파트를 분양하는 후분양제 도입이 처음 추진된 것은 1995년.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자재·인력 부족을 겪은 건설사들이 바닷모래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이 계기였다. 일부 아파트는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부실의 정도는 심각했다. 그러나 공급 위축 우려를 제기하는 건설 업계의 거센 저항에 밀려 후분양제 도입은 시행도 되기 전에 백지화됐다.



묻혔던 후분양제는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재추진됐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먼저 도입했다. 정부 역시 후분양제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대한주택공사는 시범사업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또다시 비슷한 시장논리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후분양 도입 추진 배경도 첫 논의가 이뤄진 지난 1995년과 너무 흡사하다. 한 민간 주택건설사가 수도권 2기 신도시에 지은 아파트가 무더기 부실시공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이 이번에는 시장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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