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65·사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정부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근로자 간 임금 격차와 차별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 위원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기본 역할은 노조원 권익 증진이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및 남·여 근로자끼리의 임금 차이, 차별 해소 문제는 노조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 만큼 노조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우리 사회의 임금 격차 문제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정규직의 연봉은 3,493만원이고 대기업 정규직의 연봉은 6,521만원이다. 중소기업의 급여가 대기업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간 임금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올해 7월 기준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임금은 155만4,000원으로 상용직(369만8,000원)의 42% 수준이다.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기준 남성이 100만원을 받는다면 여성은 63만3,000원밖에 받지 못한다.
정부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격차와 차별 해소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노조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문 위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노·사·정의 한 축인 노동계, 조직화된 근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결국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자리위원회는 호봉이 아닌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임금체계 개편은 충분한 노정 및 노사 산별교섭이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10%대에 머무는 노조 조직률과 지지부진한 산별노조 전환률 등 지난 20년간 활동의 결과물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법이 통과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 속에 20년간 노조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에도 버거웠던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노조도 달라질 때가 됐고 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럴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노조가 사회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의 지지율 역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과거와 달라진 노조의 새로운 모습을 단번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1999년 당시 금속연맹 위원장이었던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를 주도했다. 그는 “과거 노사정위가 노조 요구를 경영계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던 경험 탓에 노사정위를 불신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래도 돌이켜보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제는 정부도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등 양대지침을 폐기하는 등 노동계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노조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노조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는 유연성 있는 협상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노조가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위원장은 “촛불집회 당시 평화로운 시위문화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사회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절차적 정의에 입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남다르다”며 “각종 노사 관련 현안 역시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라는 국민들 열망을 노조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위원장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면 정규직 노조가 급여의 1%를 내고 기업도 1%를 내서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를 위해 쓰기로 한 ‘SK이노베이션 사례’가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노사관계 선진화는 결국 정부가 일일이 나서기보다는 대기업 노사가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할 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임지훈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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