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최고의 조망으로 평가받는 인왕산. 왼쪽에 북악산, 오른쪽에 남산을 각각 두고 멀리 낙산까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수채화 같은 도심의 풍경 속에 걷기를 통해 건강도 지키고 가을 단풍도 즐기자는 취지로 지난 21일 토요일 서울경제신문이 종로구와 공동 주최로 한양도성길 인왕산구간에서 ‘달팽이 마라톤’을 열었다. 서울시와 강북삼성병원은 행사를 후원했다.
이날 오전 8시 300여명의 시민들이 ‘달팽이 마라톤’ 걷기대회 행사 출발 장소인 사직단으로 모였다. 달팽이 마라톤은 경쟁하듯 빨리 완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력에 맞게 천천히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자연을 느끼는 데 목적을 둔 행사다. 이날 ‘달팽이들’은 사직단을 출발해 범바위, 인왕산 정상을 거쳐 청운공원에 도착하는 3km 코스를 걸었다.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달팽이 마라톤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행친화도시인 서울만큼 걷기운동을 하기 좋은 도시는 없는 것 같다”며 “이번 달팽이 마라톤의 코스인 인왕산을 걷다 보면 조선 시대에 서울을 도읍으로 정한 본래 이유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의가 평가됐다. 인왕산·북악산·낙산·남산의 내사산(內四山)을 연결하는 한양도성 성곽 가운데 인왕산구간은 보존상태도 좋고 시민들의 접근성도 월등히 뛰어나다.
이날 달팽이 마라톤 코스는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일부는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었지만 참석자 대부분 쉬엄쉬엄 휴식을 취하면서 사직단에서 청운공원까지 완주하는 기쁨을 맛봤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서혜정(여·74)씨는 “심장병 등 여러 질병을 가지고 있지만 평소 걷기운동을 자주 하고 있다”면서 “인왕산 정상을 거치는 달팽이 마라톤을 완주하니 너무 뿌듯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참여한 학생들도 다수 눈에 띠었다. 중학교 3학년 친구사이인 윤서우·김의진·변우진양은 함께 사직단을 출발해 모두 중도포기 하지 않고 코스를 완주했다. 이 3명의 여학생은 청운공원에 도착한 뒤 “중간에 약간 힘든 구간이 있었지만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었는데 모든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운동을 통해 평소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나마 떨쳐냈다.
1시간 30분 가량의 코스를 완주한 시민들은 청운공원에 도착해 가볍게 몸을 풀었다. 청운공원 다목적운동장에서는 공기청정기, 등산용가방, 건강검진권 등의 경품추첨 행사가 있어 참석자들 가운데는 아침 일찍 운동도 하고 경품도 챙기는 행운을 가져갔다. 종로구체육회에서 도착지 행사장에 마련한 한궁·스포츠스태킹·패드민트·후크볼 등 ‘뉴스포츠’를 체험하기도 했다.
한양도성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나있는 길로 조선초인 14세기 말에 세워지기 시작해 지속적인 보수를 거쳤다. 걷기만 하는 것이 아쉬운 일부 시민들은 청운공원 인근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을 찾기도 했다. 이것은 종로의 최초의 한옥도서관으로 건물 모양과 아기자기한 시설이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이날 행사를 함께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달팽이 마라톤 코스는 서울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라며 “현재 종로구 인왕산과 서대문구 안산을 잇는 녹지연결로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게 완공되면 더욱 좋은 트레킹 코스가 생겨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욱·안현덕·노현섭기자 mykj@sedaily.com, 사진=최수문·이호재·권욱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