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되지 않는다면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했다. 홍 대표는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이 균열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 대표는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당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홍 대표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미국 측 실무관료들은 대답하길 굉장히 꺼렸다”면서 “공화당은 상당히 우리 쪽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이나 일부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미국 측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으로도 효용 가치가 없고, 자체핵무장은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크 피츠패트릭 핵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장은 “한반도 전술핵재배치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만약 미국이 전술핵재배치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자체핵무장을 하겠다며 또다시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미국의 전략자산 재배치만으로는 한국 국민들이 안심할 수 없다”면서 “강도가 집에 들어왔는데 경찰서가 집 바로 옆에 있는 것과 수백㎞ 떨어져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가”라고 반문했다.
홍 대표는 이날 CFR 간담회 기조연설에서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며 북핵 위협과 한미동맹의 위기가 문재인 정부 내 친북좌파 세력에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홍 대표는 “비정상적 불량 국가인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첫걸음이 한미 양국 간 공조인데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해 더욱 불안하기도 하다”면서 “양국 정부 간 협력이 불안하다면 양국 정당과 의회끼리 소통을 하면서 새로운 한미협력의 틀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안에서도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면서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김현상·송주희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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