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차 김혜선(20·골든블루)은 성적보다 ‘정직한 선수’라는 수식어로 알려진 선수였다. 지난 8월 대회에서 백스윙 때 볼이 살짝 움직였다는 사실을 신고해 1벌타를 받은 뒤부터다. 동반 플레이어를 포함해 아무도 못 본 상황이어서 김혜선 본인만 가만히 있었다면 아무 일 없었겠지만 김혜선은 곧장 경기위원을 불렀다. 1벌타를 받은 그는 결국 컷 탈락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혜선은 “나 자신을 속이기는 싫다”고 했다. 그는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룰 위반을 자진신고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직한 선수 김혜선은 이제 성적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29일 끝난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김혜선은 최강 이정은을 연장에서 2타 차로 눌렀다. “스윙이 정말 깔끔하고 예뻐서 자꾸 쳐다보게 된다. 배울 점이 많다”던 상대(이정은)를 예상을 뒤엎고 이겨버렸다. 2라운드에 공동 선두에 오른 뒤 “성적을 생각하지 않고 차분하게 최종 라운드를 치르겠다”고 했던 김혜선은 그 말 그대로 ‘정직하게’ 차분한 플레이를 잃지 않으며 첫 우승까지 내달렸다. 다음은 김혜선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힘든 라운드가 예상됐는데 의외로 마음은 편했다. 제가 할 것만 하고 온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우승까지 나왔다.
-어젯밤은 어떻게 보내며 우승 경쟁을 준비했나.
△제주의 이모부 댁에 가서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밤에 잠이 잘 와서 푹 자고 나왔다.
-원래 성격이 느긋한 편인가.
△꼭 그렇지는 않은데 이번에 ‘그냥 편하게 치고 와’라는 말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하던 대로만 하자는 마음으로 연장에 들어갔다.
-최종 라운드가 취소되기 직전에 첫 두 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었는데.
△실수로 나온 보기가 아니라 열심히 해서 보기로 막은 것이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다. 남은 홀을 차분하게 치자는 마음뿐이었다.
-바람 강할 때 원래 더 잘 치나.
△오히려 더 차분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경기 취소됐을 때의 심정과 마지막 홀 이정은의 두 번째 샷이 해저드에 빠졌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18번홀에서도 상대의 상황보다는 제 샷이 중요했기 때문에 거기에만 집중했다.
-이 정도 경기력이면 2승도 곧 나오는 것 아닌가.
△올해도 그저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2승 생각보다는 지금처럼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한다는 생각을 유지하겠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력이 있나.
△없다. 실력이 꾸준히 올라가는 스타일이라 프로에 올라오던 시점부터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육상과 수영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체력은 자신 있다.
-어떤 선수가 되는 게 목표인가.
△꾸준하게 치는 선수. 어느 누가 봐도 ‘참 꾸준하게 친다’고 할 정도의 기량을 유지하고 싶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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