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의 임금협상은 매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지만 올해만큼 양측의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경우는 드물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오른데다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혼선과 경기 위축까지 겹쳐 노사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쟁취나 수당 현실화, 정년 연장 등 사측에서 수용하기 쉽지 않은 주장 일색이어서 협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한껏 높아진 대기업 노조의 기대치가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협상 타결률이 36.2%에 머무르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는 친노동정책을 펼치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 성과연봉제 폐지, 양대지침 철회 등 대부분이 노동계의 입맛대로 결정됐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사측의 더 많은 대가와 선물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니 주말에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시민들이 고개를 돌리는 게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1주년을 맞아 “특권경제가 경제의 활력을 빼앗고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제 밥그릇이나 챙기겠다며 파업 구호만 외치는 노동귀족을 또 다른 기득권이자 적폐로 보는 국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일방의 희생이 아니라 노사 모두의 양보와 이해가 절실하다. 노동계는 친노동정책을 등에 업고 계속 과욕을 부린다면 회사와 노조가 공멸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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