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는 1,000원이지만, 공연은 1,000원 짜리가 아니었다.”, “KT가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게 의외다. 단순히 공연만 본 게 아니라 뭔가를 배워가는 느낌이다.”
KT가 지난해부터 전국 대학가를 돌며 진행하고 있는 콘서트 ‘청춘해’ 관람객들의 반응들이다. 청춘해는 20~30대 젊은 세대 고민상담과 공연이 버무려진 소통형 콘서트로, 이달 기준 누적 관란객 3만8,000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공연은 특히 KT 그룹 대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스카이티브이(skyTV)·지니뮤직·스카이라이프가 공동 기획한 역대급 이벤트로 꾸며졌다. MC걸투(정찬우·김태균) 진행 아래 거미·산체스 등 유명 가수들이 모여 학생들과 고민을 나눴다.
통신회사인 KT가 이런 콘서트를 매달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공연 아이디어 제안부터 그간 구체적인 기획·진행까지 도맡아 온 오혜지 KT 대리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밝고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KT의 고민이었다”면서 “젊은 세대에 특화된 상품·요금제 뿐 아니라, ‘문화’라는 통로를 통해 젊은층과 직접 소통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특성상 콘텐츠·데이터 등 무형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때문에 실제 자산이 되는 곳에 돈을 주로 소비하는 40대 이상 기성세대보단 재미·소통에 적극적인 20~30대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얻어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 경쟁사들 대비 ‘낡고 오래됐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짜낸 묘수가 오 대리의 ‘청춘해’인 것이다.
실제로 오 대리의 이런 판단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온라인 티켓 판매 사이트의 긍정적 관람후기나 설문조사 등이 이를 말해준다. 오 대리는 ““출연진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공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KT가 마련한 행사임에도, 과도하게 회사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고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전국 투어 공연임에도 공연을 3~4번씩 보 러 오신 분들이 있었다”면서 “좋은 공연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오 대리는 사내에서도 알아주는 ‘덕후(마니아, 일본어 오타쿠가 우리 식으로 변형된 표현)’로 꼽힌다. 연예인 열혈팬으로 해외 투어 동참은 물론 웹툰에 한 번 빠지면 순식간에 콘텐츠 사용료로 한 달 생활비를 다 써버리기도 한다. 그는 이런 성격이 콘서트 기획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오 대리는 “트렌드를 느끼다 보니 ‘망하게 생긴 것’은 딱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덕후 기질이 기업 이미지와 문화를 접목 시키는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어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이 정도로 발전하고 정착되려면 조직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KT가 너무 딱딱하기만 하기 보다는, 생각 이상으로 창의적인 조직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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